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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노인이 될까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다. 이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지만, 초고령사회 진입을 계기로 많은 사람이 늙음을 화두 삼아 새삼 분주해졌다. 다양한 주제의 행사장마다 사람들로 붐비고, 각종 대책과 담론이 쏟아진다. 그런데 정작 늙음, 노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재수 없으면 100살까지 산다’는 말, 심지어는 ‘장수의 재앙’이라는 말도 스스럼없이 쓰인다. 빈곤, 질병, 고독, 무위(할 일 없음)로 요약되는 노년의 4대 고통. 그래서 흔히들 “죽는 것보다 늙는 게 더 무섭다”고 말한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늙음이 그렇게 우울하고 두렵기만 한 일일까? 길어진 노년의 시간을 두려움과 우울로 채워야 한다면 ‘장수의 재앙’은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정말 그럴까? 이 질문으로 다시 바라보니, 나이 듦에는 좋은 것도 많다. 이제 가식과 허세 따윈 필요 없다. 과거의 지위나 명망은 별 의미가 없어지고, ‘나’라는 존재 자체로 살아갈 수 있는 자유가 생긴다. 남에게 잘 보이려 애쓸 필요도 없고, 못나고 부족한 나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마음이 편해진다. 젊을 땐 몰랐던, 나이 듦이 주는 큰 선물이다.

이런 생각을 하던 차에 아카세가와 겐페이의 책 <노인력>을 만났다. 그는 노화의 단점으로만 여겨지는 건망증, 둔감함, 고집, 같은 말 반복하기 등을 단순한 쇠퇴가 아니라 ‘노인력’이라 부른다. 나이 들었기에 가질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과 매력으로 다시 해석한 것이다. 헛된 욕심과 막연한 불안은 내려놓고,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철학과 신념만큼은 꿋꿋이 지켜나가는 뚝심. 무리하게 힘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힘을 빼고 살아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노인의 지혜이자, 노년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힘이 아닐까.

우리 사회에도 이런 ‘노인력’을 발휘하는 이들이 있다. 최근 다시 화제가 된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의 김장하 선생이 대표적이다. ‘사부작사부작 꼼지락꼼지락’, 높은 산을 오르듯 마음을 다잡아 한 걸음씩 나아가라는 선생의 가르침.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노인력의 상징적인 모습이다.

늙는다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만큼 삶의 본질에 가까워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우리는 늙음을 결핍이나 쇠퇴로만 바라봤다. 하지만 실제로는 삶의 감각과 밀도가 더 깊어지는 시기다. 노년은 퇴행이 아니라 변화이고, 새로운 가능성이다. 이제는 남은 시간을 ‘진짜 나’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어린 시절에는 “커서 뭐가 될 거야”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제는 “나는 나이 들어 어떤 노인이 될 것인가”라는 자문을 해본다. 그 답을 찾는 여정에서, 함께 늙어가는 벗과 서로를 지지하는 공동체가 큰 힘이 될 것이다. 나이 듦을 숨기지 않고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고, 서로의 늙음을 존중할 수 있는 공동체가 있다면, ‘늙는 나’는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삶의 일부가 된다.

지는 해, 시든 꽃, 벗겨진 페인트, 깨지고 얼룩진 것들에서도 숨겨진 아름다움과 이야기가 보인다. 사부작사부작 꼼지락꼼지락, 느린 걸음으로 내 길을 간다. 세상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나이 듦은 두려움이 아니라, 기대되는 일이다.

김수동 탄탄주택협동조합 이사장

김수동 탄탄주택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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