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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이 발달한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어린이들은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시간 동안 '아이들의 집'이라 불리는 시설에 머문다.

작가는 2020년 발생한 서울 양천구 아동학대 사건을 떠올리며 "행복하거나 행복하지 않은 모든 아이들, 살아남아 어른이 된 사람들, 살아남지 못한 사람들에게 위로와 연대를 전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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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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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죽음은 억울하다, 아이는 자라 어른이 돼야 한다

정보라 작가는 소설 <아이들의 집>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면 슬픈 일이지만, 가족의 불운이 아이의 인생 전체를 지배할 필요는 없었다. 돌봄을 받으며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은 모든 아이가 가진 고유의 권리였다”고 말한다. 서성일 선임기자 centing@kyunghyang.com

정보라 작가는 소설 <아이들의 집>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면 슬픈 일이지만, 가족의 불운이 아이의 인생 전체를 지배할 필요는 없었다. 돌봄을 받으며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은 모든 아이가 가진 고유의 권리였다”고 말한다. 서성일 선임기자 centing@kyunghyang.com

근미래의 국가 공동양육 사회가 배경
아동 사망 사건 파헤치는 SF 미스터리

오늘의 한국 현실에 고언
“저출생으로 인구 절벽 걱정하면서
여전히 해외에 아이들 팔아넘겨”

과학기술이 발달한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어린이들은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시간 동안 ‘아이들의 집’이라 불리는 시설에 머문다. 모든 아이들이 이곳에서 지내며 어른이 되기 때문에 국가의 공동양육을 누구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양육 선생님들과 돌봄 로봇은 아이들을 차별과 학대 없이 보살핀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자신이 선택하지 못한 환경의 문제로 고통받지 않는다.

아동의 권리가 보장된 유토피아인가 싶지만, 첫 장을 열 때부터 섬찟하고 괴기스러운 장면들이 펼쳐진다. 한 공공주택에 죽은 아이를 방치한 엄마의 모습이 그려진다. 아동 사망 사건이 세간에 알려진다. 경찰 조사 후 집에 방문한 주거환경조사관 ‘무정형’은 싱크대 아래서 머리카락이 길고 입술이 푸르스름한, 그리고 치아가 지나치게 긴 귀신을 본다. 귀신은 아파트를 떠돈다. 기이한 일들이 이어진다.

SF를 기반으로 한 미스터리 소설의 외형을 하고 있는 작품은 빠르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죽은 아이의 이름은 ‘색종이’였다. 아이의 엄마는 학대에 가까운 교육으로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 그 뒤에는 아이들을 납치하다시피 부모에게 빼앗아 해외로 입양 보내는 사이비 종교가 있다. 색종이의 죽음과 관련된 미스터리들 주위로 해외 입양아인 ‘표’와 ‘관’의 얘기가 더해진다.

무정형이 본 귀신에 대한 비밀도 독자의 궁금증을 끌어당긴다. 인공 자궁, 합성 신경통로를 탑재해 인간의 생체 정보를 모으는 의수족 등 인간 신체 기능을 기계로 대체하는 사회의 모습도 그려진다.

이야기는 장르 소설의 흐름을 따라가되 현실의 문제를 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아이는 똑똑해지길 원하는 엄마의 요구에 전기 충격을 받다 사망하고, 연락도 되지 않던 아버지는 색종이의 죽음 이후에야 보상금을 노리고 찾아온다. 표와 관은 자신이 국가의 방기 아래 납치와 다를 바 없이 입양을 당한 사실을 알게 된다. 모두 어느 날 뉴스에서 보았던 것 같은 사례들이다.

[책과 삶] 이 죽음은 억울하다, 아이는 자라 어른이 돼야 한다

아이들의 집
정보라 지음
열림원 | 276쪽 | 1만7000원

정보라는 ‘작가의 말’에서 좀 더 작심한 듯 얘기한다. ‘전쟁 고아’가 문제가 되던 1950년대를 지났음에도 “영유아 해외 입양은 지금도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며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자랑하는 한국, 인구 절벽을 맞닥뜨렸다는 나라가 아이들을 여전히 해외에 팔아넘기고 있다”고 비판한다.

입양 아동 발생 사유는 72.9%가 미혼모(부), 23.6%가 유기였다. 이로 인한 가족 해체로 입양되는 사례가 여전히 존재함에도 이에 대한 해결책 없이 “저출생을 걱정하며 아이를 낳으라는지 알 수 없다”고 말한다. 형제복지원, 선감학원 등의 아동 인신매매와 불법적인 해외 입양 등 역사의 비극이 여전히 제대로 조사되지 않은 현실도 지적한다.

작가는 2020년 발생한 서울 양천구 아동학대 사건을 떠올리며 “행복하거나 행복하지 않은 모든 아이들, 살아남아 어른이 된 사람들, 살아남지 못한 사람들에게 위로와 연대를 전한다”고 말한다. 다소 과격해 보일 수 있는 국가의 공동육아라는 설정은 보호되지 않는 아이들이 넘쳐나는 참혹한 현실을 지적하기 위한 극적인 상상이었다고 이해된다.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눌러 담은 소설이어서일까, 작품 속 어떤 문장들은 우리에게 직접 건네는 말 같다.

“아이의 장례식은 옳지 못하다. 아이의 죽음은 부당하다. 아이는 죽어서는 안 된다. 아이는 자라서 어른이 되어야 한다. 어른이 되어 살아야 한다. 아이는 어른이 되어 오래 살아서 노인이 되어야 한다. …억울하다. 아이의 죽음은 억울하다.”

“부모가 없어도, 부모가 다쳐도, 부모가 아파도, 부모가 가난해도, 부모가 신뢰할 수 없는 인격을 가졌거나 범죄자라도, 아이들은 그런 부모와 아무 상관없이 자라날 수 있었다. 아이의 삶은 아이의 것이었다. 혈연이 있는 가족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기쁜 일이고 행운이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면 슬픈 일이지만, 가족의 불운이 아이의 인생 전체를 지배할 필요는 없었다. 돌봄을 받으며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은 모든 아이가 가진 고유의 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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