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부터 문 연 ‘사장님 무료 교육’
전국 30만명 수강···교육 회수 3384회
“강의 듣고 운영 방식 바꿔 매출 증가도”

지난달 21일 줌으로 진행된 배민아카데미 ‘사장님도 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디자인’ 수업에 92명 자영업자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배달의민족 제공
서울 성북구에서 ‘윤휘식당’을 운영하는 윤정태씨(39)는 얼마 전 가게 오픈 시간을 오전 11시로 기존보다 30분 앞당겼다. 1시간30분가량 있던 오후 휴게시간(브레이크 타임)도 없앴으며, 일요일이던 휴무일도 수요일로 바꿨다. 그 결과 하루 평균 매출이 10~20%가량 늘었다.
윤씨는 철저히 데이터에 근거해 이 같은 변화를 꾀했다. 그는 “얼마 전 상권 데이터 강의에서 ‘요즘은 식사시간이 많이 바뀌어 점심시간(낮 12시~1시) 직전에도 매출이 많고 브레이크 타임도 의미가 옅어지고 있다’고 해 그대로 적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씨가 들었던 강의는 ‘배민아카데미’에서 마련한 ‘오피스 상권의 외식 데이터 분석’이었다.
배민아카데미는 외식업주들의 창업과 성장을 돕기 위해 배달의민족이 2014년 10월 만든 ‘장사학교’다. 장사에 필요한 기본 지식과 외식경영 이론을 배우는 것은 물론 실습교육과 컨설팅까지 받을 수 있다. 회원 가입만 하면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메뉴 사진 찍기’ ‘종합소득세 기초’ ‘구매전환율 높이는 판매전략’ 등과 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무료로 수강할 수 있다.
8일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30만7877명이 배민아카데미 온·오프라인 교육에 참여했다. 지난 11년간 실시한 교육 회수는 3938회에 달한다.
윤씨는 지난달 21일에도 바쁜 시간을 쪼개 배민아카데미 온라인 강의에 참석했다. 이번 주제는 ‘사장님도 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디자인’으로, AI를 활용해 로고나 가게 굿즈 등을 만들고 싶은 자영업자들을 위한 시간이었다. 디자인 전문가인 김용주 카페인웍스 대표가 강사로 나서 줌(ZOOM)으로 진행된 이날 강의에는 92명이 참석했다.
강의는 업종별 로고 특징을 살펴보는 순서로 시작했다. 가령 한식집 로고는 서체와 색상으로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면 일식집은 한자와 히라가나 자체가 장식적인 효과가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한 로고를 만들 수 있다. 베이커리 카페나 디저트 전문점의 경우에는 캐릭터를 활용한 로고도 많다.
김 대표는 “AI를 활용해 로고 이미지를 생성하기 위해서는 AI에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지부터 생각해야 한다”며 “기존 사례를 많이 보여드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로고 생성에 앞서 자신이 원하는 콘셉트와 가게 운영 방향 등이 어느 정도 정리돼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디자인 전문가인 김용주 카페인웍스 대표가 지난달 21일 서울 송파구 배민아카데미 서울센터에서 줌으로 ‘사장님도 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디자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제공
수업은 AI 도구를 활용한 로고 이미지 생성·제작 시연으로 이어졌다. 김 대표는 챗GPT와 제미나이, ImageFX를 활용했는데 AI와 대화하며 브랜드 콘셉트를 잡는 데 공을 들였다. 이를 위해서는 AI에 프롬프트(명령어)를 구체적으로 입력해야 했다. 예컨대 ‘2026년 망원동에 15㎡ 규모의 프렌치토스트 배달 및 테이크아웃 전문점을 개업하려고 해. 망원동은 20대 대학생, 커플,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곳인데 이들이 이 가게에 기대하는 이미지는 어떤 것일까’라고 묻는 식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AI가 브랜드 이름과 로고 스타일, 브랜드 굿즈 등 여러 분석 결과를 내놓으면 ‘지역성이 직접 드러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식의 수정 요구를 반복해 원하는 상호와 콘셉트를 잡아가야 한다.
- 경제 많이 본 기사
다만, 시연 과정에서 AI는 영문 철자가 틀린 이미지를 제안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AI는 실수할 수 있다”며 “생성 결과를 보고 영감을 얻고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AI가 제안하는 것은 앞서 학습한 사례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이미 시장에 존재하는 상호나 로고가 있을 수 있다. 변리사 등을 통해 상표 조사를 반드시 거친 후 전문가에게 의뢰해 주문제작하는 것이 안전하다.
수강생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녹화 영상을 틀어주는 것이 아니라 2시간 넘게 전문가와 실시간 소통하며 진행되는 수업이기 때문이다. 보쌈 전문점을 운영하다 다른 창업을 준비 중인 임학규씨(66)는 “외식업을 하다보면 시간이 부족한 데다 실무에 도움이 되는 교육을 찾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배민아카데미는 요리뿐 아니라 마케팅, 메뉴 구성, 고객 응대 등 운영 전반에 필요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어 알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