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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현의 이재명은 다른가

“김용균 특조위의 권고를 100% 수용하겠다.” 문재인 정부 당시 국무총리였던 이낙연이 김용균 사망사고 특별조사위원을 위촉하는 자리에서 한 말이다. 당시 조사위원 모두 국무총리의 말을 듣고 놀랐다. 이 정부가 ‘김용균 사망사고를 제대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구나’ 했다. ‘김용균 특조위’는 이례적일 만큼 정부의 지지를 받으며 출발했다. 2019년 9월 특조위는 발전소 위험의 외주화를 폐지하고 평등한 안전을 강화할 22개 권고안을 제시하고 특조위가 참여하는 이행점검기구를 권고했다.

그러나 보고서 제출 후 정부 태도가 바뀌었다. ‘이행은 정부의 몫이다’라며, 이행점검에 특조위원 참여를 배제했다. 김용균 특조위가 조사 내내 우려한 것은 보고서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정부 캐비닛 안에 잠자는 것이었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22개 권고안은 모두 각 정부부처가 이해한 대로, 입맛대로 바뀌었다. 권고안은 시작도 전에 누더기가 됐다.

그러는 사이 발전소의 사망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2020년 태안화력에서 화물노동자가 스크루에 깔려 사망하고, 같은 해 영흥화력에서 화물기사 심장선이 사망했다. 사고 원인을 들여다보면, 특조위의 권고안을 제대로만 이행했어도 막을 수 있는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두 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나서야 이행점검기구에 특조위원들의 참여를 허용했다. 첫 회의 자리가 생생하다. 나는 그때 ‘발전소 폐쇄를 앞두고 안전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으니 이 부분을 특별히 점검하자’고 했다. 국무조정실 담당자는 ‘이행점검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펄쩍 뛰었다. 뒤늦게나마 특조위원들이 살펴본 발전소 현장은 심각했다. 김용균이 사망한 컨베이어벨트, 김용균이 소속된 1차 하청 중심으로 안전 제도가 강화됐다. 대신 2차 하청과 청소 자회사 노동자들에게로, 위험이 더 아래로 내려갔다. 위험은 더 보이지 않는 곳으로 고이고 있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김용균 사망 3년차에 이행점검을 마무리하길 원했다. 그때까지도 발전소 하청노동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았다. 오히려 발전소 폐쇄 일정이 다가오면서 정규직 전환은 더 멀어졌다. 그렇게 요란했던 김용균 특조위는 끝났다. 그것은 쇼였다. 발전소 하청노동자들에게 김용균 특조위는 희망고문을 넘어 분노의 대상이 됐다. ‘정부에 속았다’는 냉담함에 현장이 얼어붙었다.

지난주 태안발전소 2차 하청 노동자 김충현의 사망사고 현장을 보았다. 생전 책상 위에 펼쳐놓은 책 <이재명의 기본소득>을 보니 회한이 일었다. 김충현은 이재명 정부를 희망했다. 그러나 ‘고 김충현의 이재명’은 ‘고 김용균의 문재인’과 다를까. 나는 더 이상 민주당 정부에 희망을 걸지 않는다. 언론사 카메라 앞에 선 그들의 말들을 믿지 않는다. 김훈의 말처럼 “빛나는 말이 모자라서 세상이 이 지경인 것은 아니다.” 다만 카메라가 꺼지고 사람들이 돌아간 뒤 은밀하게 꺼내는 바싹 마른 말들을 두고 볼 것이다. 주말에 열린 김충현 추모 집회에는 ‘이재명 대통령, 발전 비정규직과 만납시다’라는 구호가 걸렸다. 이는 이재명 정부에 거는 순진한 희망의 말이 아니다. 책임의 언어다. 당신들이 내뱉은 말을 입증해야 할 차례다.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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