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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증원과 다양성 강화, 페스티나 렌테!

입력 2025.06.10 06:00

수정 2025.06.10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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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수를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연합뉴스

대법관 수를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연합뉴스

대법관 증원 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부상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대법관 수를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법안 공포 후 1년 유예기간을 거쳐 4년간 4명씩 순차적으로 증원한다는 내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에 제동을 걸면서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언제든 법사위 전체회의와 본회의에 올릴 수 있는 상황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법관 증원은 필요하다. 지금의 대법원 구조로는 주권자의 ‘재판받을 권리’를 충실히 보장할 수 없다. 다만 숫자 늘리는 데만 집중해선 곤란하다.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2023년 기준 상고 사건은 3만7669건(사법연감·접수 기준)에 이른다. 대법원장·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12인으로 나누면 대법관 1인당 3000건 이상 처리해야 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대법원에 접수된 민사 본안 사건의 70% 이상이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한 채 기각된다. ‘심리 불속행 기각’이다. 심리 불속행으로 기각되면 소송 당사자는 왜 이겼는지 졌는지조차 알 수 없다.

사상 초유의 전직 대법원장 구속으로 이어졌던 ‘양승태 사법농단’도 상고사건 폭증에서 비롯했다. 2015년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은 ‘상고법원’을 도입해 3심을 둘로 쪼개려고 했다. 대부분을 차지하는 단순 권리구제형 사건은 상고법원에서, 국민 다수에 영향을 미치거나 법령 해석·통일이 필요한 사건은 대법원에서 맡도록 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 로비 과정에서 박근혜 정권과 ‘재판 거래’를 시도했다는 등의 의혹이 제기되며 사법농단으로 비화했다. 상고법원은 다신 꺼내지 못할 ‘금기어’가 됐다. 현실적으로 남아있는 상고심 개선 방안은 대법관 증원 뿐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 5일 “국가의 백년대계가 관련된 문제”라고 했다. 에둘러 반대 의사를 표한 셈이다. 대법원이 증원에 부정적인 이유는 “전원합의체(전합)에서 깊이있는 토론과 합의가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지금의 전합은 어떤지부터 보자. 대법원장 포함 13명이 심도있는 토론을 거쳐 수준높은 합의를 이뤄내고 있나.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전합 회부 9일 만에 초고속 선고가 이뤄졌다.

무엇보다 상고 사건 대부분은 대법관 4인으로 구성된 소부(小部)에서 맡는다. 2023년 전합에서 처리한 사건은 3만여 건 중 9건에 불과했다. 전합을 핑계 대는 것은 타당성이 낮다. 결국 대법관이 늘어나면 희소성이 감소해 권위와 위상이 떨어질까 염려하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속도전’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대통령이 제동 건 것은 잘한 일이다. 민주당에 “페스티나 렌테(Festina lente·천천히 서둘러라)”란 금언을 전하고 싶다. 로마 제국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좌우명으로 삼았던 말이다.

언뜻 보면 모순돼 보이지만 신속함과 신중함, 기민함과 안정됨의 균형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지나치게 서두르면 졸속·부실이 되고, 과도하게 숙고하면 실기(失期)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숫자를 늘리는 것 못지않게, 아니 더 중요한 과제가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다. 이른바 ‘서·오·남(서울대 법대·50대·남성)’ 전·현직 법관의 독점 구조를 타파하는 일이다. 1980년 이후 제청된 대법관 중 판검사를 거치지 않은 순수 재야 변호사 출신은 2018년 임명된 김선수 전 대법관이 유일하다.

최초의 여성 대법관(김영란)이 탄생한 지 21년이 흘렀지만 여성 비율도 여전히 제자리다. 현재 대법원장·대법관 14명 가운데 여성은 3명(21%)에 불과하다. 헌법재판관 7명 중 여성이 3명인 헌법재판소와도 대비된다.

미국의 진보적 여성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2020년 작고)는 말했다. “판사는 그날의 날씨가 아닌, 시대의 기후를 고려해야 한다”(<긴즈버그의 말>). ‘버스요금 800원을 횡령한 운전기사 해고는 정당하다’고 판결하는 법관들로 구성된 대법원은 시대의 기후를 읽어낼 수 없다.

헌법은 ‘대법관은 대법원장 제청으로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장 개헌은 불가능한 만큼, 후보 추천에서 임명에 이르는 절차를 정교하게 재설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법원장 권력만 키우고, 증원된 자리도 서·오·남 몫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사법개혁추진기구를 출범시키되 기한을 분명히 설정해 조기에 성과를 낼 수 있게 해야 한다. 대법관 중 재야 변호사 출신과 여성이 일정 비율 이상 포함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도 형식적 추인 기관에 그치지 않도록 개편해야 한다. 추천위원 수를 대폭 확대하고, 비법조인과 청년·여성·장애인 등 소수자 위원 비중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후보자들의 판결·변론·행적 등을 검토할 수 있는 기간도 충분히 부여해야 한다.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헌법 제27조 1항). 여기에는 신속하고 충실한 상고심 재판을 받을 권리도 포함된다. 하지만 ‘조희대 대법원’에 대한 분풀이라는 의심을 받아선 개혁이 성공할 수 없다. 천천히, 서둘러라!

김민아 경향신문 칼럼니스트

김민아 경향신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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