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1대 대통령 선거일인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 마련된 서초4동 제3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뒤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지난 4월 삼부토건 주가조작 세력을 고발하면서 김건희 여사 등 정치권 인사들은 제외해 논란을 불렀다. 삼부토건은 ‘우크라이나 재건 테마주’로 주가가 급등했는데 여기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나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등 정치권 인사들의 입김이 있었는지가 핵심 의혹이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출범할 ‘김건희 특검’이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강제 수사를 통해 규명해야 할 사안 중 하나다.
증선위는 지난 4월 삼부토건 전·현 실질 사주와 대표이사 등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금지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증선위는 “삼부토건 대표이사 등은 해외 재건사업을 추진할 의사와 능력이 모두 없는데도 2023년 5~6월 형식적인 업무협약(MOU)를 반복해서 체결했다”며 “이를 홍보해 투자자를 기망했고 주가를 띄운 후 주식을 매도해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밝혔다. 당시 삼부토건은 우크라이나 현지 도시와 재건 관련된 MOU를 맺었다며 홍보했는데 금융당국은 이것이 허위·과장 정보였다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이 연결되어 있다는 의혹의 단서는 카카오톡 메시지다. 김 여사의 계좌관리인으로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는 2023년 5월14일 해병대 예비역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 “내일 삼부 체크하고”란 메시지를 올렸다. 다음 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부인 젤렌스카 여사가 방한했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MOU 체결을 위해 폴란드로 떠난다. 삼부토건 주가는 이 때부터 급등했는데 정작 제대로 추진된 사업은 없었다.
이 전 대표와 주가조작 세력의 연결이 의심되는 지점은 또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김규현 변호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큐셀 회사 인수 때문에 OO회계법인과 하고 있고 다음 주쯤 계약에 들어갈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 전 대표가 ‘삼부 체크’를 언급한 단체 대화방에도 있었고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을 제기한 인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전 대표 말대로 이큐셀은 휴림로봇에 인수됐다. 휴림로봇(전신 DST로봇)은 과거 삼부토건도 인수했었고 주가조작 의혹으로 고발된 조성옥 전 삼부토건 회장이 재임한 시절 삼부토건의 최대주주였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4월24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자본시장 현안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당국으로부터 사건을 받은 검찰은 지난 4월 같은 사건을 금융감독원에 다시 맡긴 뒤 수사를 지휘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수사 관련 사항은 말씀드릴 수 없다”며 “고발된 사건에 대해 검찰로부터 수사 지휘를 받아서 적정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곧 출범할 특검에서 김 여사나 이 전 대표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나 소환 등 강제 수사를 통해 자금 흐름뿐만 아니라 정치권과 삼부토건 간의 소통 내용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한상준 변호사(금융 사기 전문)는 “주가조작은 자금 흐름을 통해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특검에서 그것을 더욱 면밀하게 보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당시 김 여사와 이 전 대표, 삼부토건 사이의 소통이 있었는지, 있다면 어떤 내용인지를 파악해 의혹 지점을 해소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현 변호사도 “(김 여사 등이) 주가조작 세력들을 도와주기 위해 호재성 정보를 만들어주는 식으로 역할을 했을 수 있다”며 “사업에 삼부토건을 누가 넣어줬는지 등 사업 진행 과정의 정치권 개입 가능성들을 특검에서 봐야할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의혹을 다루는 3대 특별검사법(내란 특검, 김건희 특검, 채 상병 특검)을 재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