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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인류는 지구를 떠나 "끝없는 끝을 향해 나아가"기를 소망했다.

그런데 그토록 벗어나길 원했던 지구를 우주에서 돌아보면 어떤 모습일까.

우주정거장은 90분에 한 차례씩 24시간 동안 총 16차례 지구를 공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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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서 돌아본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

지난해 부커상 수상작인 <궤도>의 작가 서맨사 하비. 서해문집 제공

지난해 부커상 수상작인 <궤도>의 작가 서맨사 하비. 서해문집 제공

서로 국적 다른 6명의 비행사 이야기
‘지구는 생명의 근원·영원한 집’ 상기시켜

우주서 본 전쟁과 죽음·파괴되는 자연
소설은 묻는다, 지구 위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황토색으로 드넓게 펼쳐진 우즈베키스탄, 눈으로 뒤덮인 산들이 아름다운 키르기스스탄. 깨끗하고 찬란하며 형용할 수 없이 푸르른 인도양. 희미하게 합쳐지고 갈라지는 강바닥의 선들로 추적해 갈 수 있는 살구색 타클라마칸 사막.”

오랫동안 인류는 지구를 떠나 “끝없는 끝을 향해 나아가”기를 소망했다. 그런데 그토록 벗어나길 원했던 지구를 우주에서 돌아보면 어떤 모습일까. 소설은 그 궁금증을 다룬다.

우주정거장이 배경이다. 우주정거장은 90분에 한 차례씩 24시간 동안 총 16차례 지구를 공전한다. 책은 각 장의 소제목을 ‘궤도 1, 상행’ ‘궤도 1에서 궤도 2로’ 등으로 구분했다. 마지막 장은 ‘궤도 16’으로 24시간의 이야기를 담았음을 나타낸다.

[책과 삶] 우주서 돌아본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

궤도
서맨사 하비 지음 | 송예슬 옮김
서해문집 | 240쪽 | 1만7000원

영국, 미국, 이탈리아, 일본, 러시아에서 온 넬, 숀, 피에트로, 치에, 안톤, 로만 등 우주비행사 6명이 등장한다. 특별한 주인공 없이 각자의 이야기가 우주 생활과 맞물려 소개된다. 우주비행사들은 “사용한 포크들은 자석으로 테이블에 붙여”두고 생활한다. 우주정거장은 지구 중력의 100만분의 1 정도로 무중력 상태에 가까운 상태라 물건들이 떠다니기 때문이다.

등장인물들이 우주에서 경험하는 새로운 감각을 묘사한 부분이 눈에 띈다. 이들은 스물네 시간 동안 열여섯 번의 일출과 열여섯 번의 일몰을 마주한다. “동유럽을 지나쳐 러시아에 들어서고 몽골을 지나 그 아래 중국으로 내려간다. 이 모든 게 20분 만에” 일어난다. 우주를 다룬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볼 때 느끼는 고요하면서도 붕 뜨는 감각이 책을 읽을 때도 비슷하게 느껴진다.

그들의 고통도 그려진다. 치에는 우주정거장 생활 도중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듣는다. 아버지에 이어 어머니까지 세상을 떠나며 그는 연결된 곳 없다는 고립감을 느낀다. 그러나 그렇기에 “이제 치에가 자신에게 생명을 준 존재로 가리킬 수 있는 것은 저 구체뿐이다. 저게 없으면 생명도 없다. 저 행성이 아니면 생명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인간은 “지구에 있을 때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이 행성이 아닌 다른 곳에 천국이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지구를 떠나온 우주비행사들은 “지구가 없으면 우리 모두 끝장”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지구는 생명의 근원이며 인류의 영원한 집이다.

지구의 정치 분쟁 영향으로 유럽 국가와 러시아 우주비행사들이 서로 각자 국적의 화장실만 이용해야 한다는 지시가 들어온다. 아무도 명령을 듣지 않는다. “화장실이 대체 뭔 상관인데? … 우리는 하나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다. 이곳에서 우리는 모든 것을 재사용하고 공유한다. 우리는 갈라질 수 없다는 것. 이것이 진실이다.”

우주엔 경계가 없지만, 지구엔 있다. 멀리서 바라본 우주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전히 “전쟁이 끊이질 않고 사람들이 국경을 지키느라 죽이고 죽어”나가는 일이 반복된다. “물이 말라붙어 계속 분홍색으로 보이는 호수들, 한때 열대우림이었던 그란차코로 침투하는 소 목장, 소금물에서 리튬을 채굴하는 증발못이 늘어나면서 나날이 퍼지고 있는 푸른 기하학무늬들”처럼 처음 아름답게만 보이던 지구의 자연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것은 욕망의 정치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대서양에서 아찔한 네온색 또는 붉은색 조류가 대발생하는 현상은 대부분 정치와 인간의 선택으로 만들어졌다. … 성장하고 획득하는 정치,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한 10억가지의 외삽적 추론, 지구를 내려다보면 그게 보이기 시작한다.”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려는 인간의 호기심은 기술의 진보를 불러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진보의 결과가 인류를 절멸시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퍼지는 시대다. 소설은 지구 위의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 묻는다. “어쩌면 우리는 새로운 공룡, 경계해야 하는 존재들인지도 모른다.”

지난해 부커상 수상작이다. 작가는 수상 소감에서 “이 상을 다른 인간과 다른 생명체의 존엄성을 옹호하거나 반대하지 않는 모든 사람에게 바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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