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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침공

입력 2025.06.16 18:10

수정 2025.06.16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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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쳇말로 ‘문과를 전공한 사실에 미안함을 느껴야 하는 시대’다. 기초적인 과학지식을 몰라 죄송하고, 취업 시장에서는 이과 출신만 찾기에 죄송하단다. 그래서 등장한 말이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이다. 청년들이 내뱉는 자조적인 이 말은 더 이상 농담이 아니라 문과생의 체념이 담긴 현실적 언어가 됐다. 수많은 문과 졸업생은 취업 시장에서 소외되고, 사회는 점점 ‘문과무용론’을 당연시하는 기류가 보인다.

단지 대학 졸업 후의 세상뿐이 아니다. 입시에서도 문과는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다. 종로학원이 2025학년도 주요 사립대 17곳의 340개 인문계 학과 정시 합격생을 분석한 결과, 이과생(55.6%)이 문과생(44.4%)보다 많았다. ‘5.5 대 4.5’ 비율이다. 대학입시에서도 ‘문과 침공’ 현상이 심각한 걸로 확인된 것이다. 그중에서도 경영·경제·행정 등 인기 학과·전공은 문과생보다 이과생 비율이 더 높았다.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한양대 영어교육과, 건국대 영문학과 등은 아예 합격생 전원이 이과생이기도 했다. 이처럼 이과생들이 대거 문과 상위 학과로 진입하는 비율이 높아진 것은 수능 구조상 표준점수가 높은 수학 선택과목에서 이점을 가졌기 때문이다. 단순히 학과의 수요·공급 문제로 치부하기엔 무리가 있다.

문과 경쟁력이 갈수록 밀리고 있다. 수요 감소와 실용성 우선 논리는 문과생을 점점 ‘별 도움이 안 되는 존재’로 몰아가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었다. 물론 이과생들이 대학 인문계 학과로 진학하는 게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융합형 인재가 더 주목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 배경에 입시제도 불균형과 이과 중심 구조로 짜인 취업 시장이 존재한다면, 이것은 방치할 수 없는 문제다. 입시와 취업 구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문과는 ‘회피되는 학문’ ‘패배한 선택지’로 또 다른 좌절감을 곱씹을 수밖에 없다.

대학(大學)은 큰 배움터다. 단지 취업 사다리이거나 점수·수요만으로 대학 구조를 재편할 것이 아니라, 각 학문의 가치를 되살릴 철학과 융합교육이 활성화된 인재상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문송합니다’라는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사회, 미래세대의 진정한 ‘공정’은 그 말이 사라질 때 비로소 시작된다.

재수생들이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평가원 모의고사 시행일인 지난 4일 서울 양천구 종로학원 고사실에서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권도현 기자

재수생들이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평가원 모의고사 시행일인 지난 4일 서울 양천구 종로학원 고사실에서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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