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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맣지 않은 까마귀를 인정하는 눈

[김월회의 아로새김]까맣지 않은 까마귀를 인정하는 눈

회색 바위여도 아침 햇살이 비쳐 들면 황금빛을 띤다. 그러다 한낮의 작열하는 광선이 내리쬐면 하얗게 반짝거리고, 저녁 되어 노을빛이 비쳐 들면 자줏빛으로 물들여진다. 이를 두고 연암 박지원은 색 속에 빛이 있어 그리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암이 든 사례는 까마귀였다. 다들 까마귀는 당연히 까맣다고 여기지만, 연암이 보니 어떤 때는 뽀얀 황금빛이 감돌았고, 진한 녹색으로 반짝이기도 하며, 해가 비추면 자줏빛이 발산되어 눈앞에 어른거리다가 비췻빛으로 바뀐다고 한다.

연암은 이러한 체험을 바탕으로, 사정이 이러하니 “내가 그 새를 푸른 까마귀라고 부른다 해도 될 것이고, 붉은 까마귀라고 불러도 가능할 것이다. 그 새에는 본래 고정된 빛깔이 없거늘, 내가 눈으로 먼저 그 빛깔을 정한 것이다. 어찌 눈으로만 정했겠는가? 보지도 않고서 먼저 그 마음으로 정한 것”(<능양시집서>)이라고 통찰했다.

물론 과학적으로 보면 이러한 연암의 통찰은 부적합하다. 까마귀가 검은 것은 확정된 사실이기 때문이다. 다만 검은색이 햇빛 등과 어울려 그때그때 빚어내는 금색, 진녹색, 자주색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그렇기에 이를 통해 경직된 사고를, 넓지 못한 식견을 비판하려 한 연암의 의도는 결코 부적합하지 않다. 아니, 작금의 우리 사회를 보면 연암의 문제제기는 한층 강력하고 유효하다.

자신이 믿어온 것, 자기에게 익숙한 것, 본인에게 편리하고 이익인 것에 길들여진 채로 분명한 사실을 외면하고 때로는 부인하며 날조하는 풍조가 날로 심화하고 있기에 그러하다.

그래서 교육이 중요하다. 보고 싶은 대로 보는 데서 사실 그대로 보는 데로 나아감은 저절로 되지 않는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훈련해야 비로소 그런 눈을 갖출 수 있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도 갖춰야 한다.

명심할 점은 이러한 교육은 좌우 같은 이념이나 여야 같은 진영 논리와 무관하다는 사실이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데 이념이나 진영 논리가 무슨 상관이겠는가? 또한 이러한 교육은 디지털 대전환 시대가 요구하는 융합 역량을 갖추는 데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보고 싶은 대로, 믿고 싶은 대로, 아는 대로 보면서 무슨 창의적 융합을 사유하고 상상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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