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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곳곳에 윤석열이 많다

입력 2025.06.17 21:12

이재명 정부의 1호 법안은 내란 특검, 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특검 등 이른바 3대 특검법이다. 6월11일 국무회의를 거쳐 정식 공포됨에 따라, 이 법안은 바로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대통령실 측은 이번 단행이 “지난 6·3 대선에서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질서 회복이라는 국민 뜻에 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했으나 국민의힘은 “민생보다 정쟁에 치중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나 역시 현 정부 출범 초기에는 추경 편성을 포함한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이 핵심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어쩌다 적폐”를 만들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3대 특검법’이 정쟁이라고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 3대 특검은 “우리 사회 곳곳에 있는 윤석열”에게 책임을 묻는 작업이며 이는 중장기 경제성장과 밀접하게 연관되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반좌파·반진보 담론을 주도하는 인물로 벤 셔피로가 있다. 그의 대표적인 구호는 “당신이 기분이 나쁘든 말든, 사실은 사실이다(Facts don’t care about your feelings)”라는 것이다. 이 구호는 진보 진영의 감정 중심 주장이나 정치적 올바름 담론에 대한 정면 비판이다. 아마도 한국 정치에서 초기의 이준석이 이걸 롤모델로 삼지 않았나 싶은데 이런 노선은 비판받을 것도 많지만 나름의 장점도 있다.

그럼 윤석열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는 “사실이 무엇이든 난 내 기분대로 한다(My feelings don’t care about facts)”이다. 논리와 사실을 배제한 감정과 음모의 노선은 장점이 없는 수준이 아니라 경제에 심각한 해를 끼친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사실이 무엇이든 내 기분대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한다는 점이며, 그들 중 다수가 엘리트라는 사실이다. 최근 거짓, 저속함, 격분이 넘치는 극우 유튜브 생태계를 추적한 보도들을 보면, 이들 상당수가 조선일보, KBS, MBC 등 기성 언론 출신이다. 이는 매우 위험한 징후다. 엘리트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이들이 정책결정자가 될 가능성도 높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장기적 방향을 좌우할 수 있는 구조적 위험이 존재하는 셈이다.

다론 아제모을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정책결정자가 설계하는 제도에 따라 국가의 흥망성쇠가 결정된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증명했고, 이 공로로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정책결정자가 공공 자원을 사익을 위해 사용하는 일은 결코 드물지 않으며, 이런 일이 반복되면 국가는 필연적으로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비추어보면, 지금의 한국은 매우 불안하다. 사회 곳곳에 윤석열이 남아 있는 한, 우리는 중장기적으로 쇠락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경로를 통해 쇠락의 길을 걷게 되는가? 이를 가늠하려면 먼저, “사실이 무엇이든 내 기분대로 행동하는” 엘리트들의 정체성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가까운 한 변호사는 내란 혐의 재판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은 ‘이건 100% 무죄다’ ‘증인들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발언은 “사회 곳곳에 있는 윤석열”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다. 이러한 유형의 엘리트들은 자기애가 충만하면서도, 동시에 자신을 민중의 편에 선 계몽자이자 피해자로 여긴다.

기득권자이자 동시에, 기득권에 맞서는 ‘투사’로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이 모순된 자의식은 공공 자원의 사적 유용조차 ‘정의’로 포장하는 데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된다. 이런 인식 구조를 염두에 두면, 경호처의 사병화 논란이나 텅 빈 대통령실 사태도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은 거대한 적에 맞서 방어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방어가 실상은 공공 자원의 사적 전용이라는 점이다.

최근 이재명 정부가 추경을 추진하자 일부에서 또다시 국가 재정을 파탄 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나 정부가 편성한 20조원 규모의 추경은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1%(약 25조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나는 되묻고 싶다. “사회 곳곳에 있는 윤석열”이 국가 자원을 사적으로 유용할 경우 한국의 국내총생산은 과연 어떻게 될까? 정확한 수치를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생각해보자. 하루짜리 계엄으로 인해 국내총생산의 1%는 족히 날렸을 것이다. 교육 예산이 극우 성향 단체 ‘리박스쿨’로 흘러가고, ‘리박스쿨’이 한국 사회의 미래인 우리 아이들의 정신을 피폐하게 한다면, 지금은 작아 보일지 몰라도, 20조원쯤은 금세 사라진다. 국가는 그렇게 무너져간다. “사회 곳곳의 윤석열”은 경제성장의 장애물이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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