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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같은 사람으로 보였을까

여성 후보 없이 치른 6월 대선

남성들로만 구성된 국정기획위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할 뿐

성평등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

“아니 왜 이재명, 김문수 후보를 같은 사람으로 보는 거지?” 지난 대선 당시 3차례에 걸친 TV토론 영상을 분석해 후보별 ‘단독 샷’ 분량을 측정하던 중이었다. 데이터저널리즘팀은 파이썬 프로그램을 사용해 토론 영상을 분석했다. 발언 시간을 공평하게 관리하더라도 카메라가 단독으로 비추는 시간은 똑같지 않을 수 있고, 이것이 유권자의 주목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계산 결과 가장 많은 단독 샷을 받은 후보는 이재명 후보(37.2분)였다. 이어 이준석(36.9분), 권영국(34.3분), 김문수(34.1분) 후보 순이었다.

단순해 보이지만, 자꾸 발생하는 오류가 작업을 더디게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은 영상을 장면 단위로 쪼개서 각각의 길이를 출력해준다. 이걸 토대로 후보별 단독 샷 분량을 계산하는 것이다. 그런데 2~3명의 후보가 연속으로 단독 샷을 받는 장면이 나오자 이걸 분리하지 않고 한 장면으로 인식했다. 인물이 바뀌면 장면도 바뀌었다고 판단해야 하는데 말이다. 설명 문서를 살핀 뒤에야 이유를 깨달았다. 이 프로그램은 화면의 색상 변화를 추적해서 장면의 전환을 감지한다. 4명의 후보 모두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색의 정장을 입고 나온 남성들이었고, 인물의 윤곽마저 대동소이했다. 유일한 차이는 화면의 아주 좁은 부분만을 차지하는 넥타이 색깔뿐이었다. 사람 눈에는 달라 보이지만, 수치만으로 세상을 보는 프로그램은 굳이 다른 장면으로 나눌 이유를 찾지 못했던 것 같았다. 분류 민감도를 높여 장면을 더 잘게 쪼개자, 프로그램은 각 후보를 제대로 구분하기 시작했다. 짐작이 맞았던 셈이다.

이 오류 아닌 오류로, 숨 가쁘게 흘러간 대선 과정에서 그다지 주목받지도 알아채지도 못했던 사실 하나가 떠올랐다. 여성 대통령 후보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이다. 만약 여성 후보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심상정 전 의원이 과거 대선 토론회에 나왔던 장면을 찾아봤다. 빨강, 초록 등의 옷을 입고 나왔던 두 후보였기에 우선 인물별 화면 색상도 차이 나고, 헤어스타일 등 후보별 전체 실루엣도 구분됐을 것이다. 아마 프로그램도 장면별 차이를 더 잘 포착하지 않았을까. 컴퓨터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줬을 뿐이다.

후보별 단독 샷 분량을 논할 수는 있어도, 화면에 아예 들어오지 않는 후보에 대해서 우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성평등 문제가 대체로 이렇다. 너무나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져온 탓에 문제 자체가 눈에 잘 보이지 않고, 문제 제기조차 쉽지 않다. 엊그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출범식에 남성만 쭉 늘어서 있는 모습도 누군가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일 것이다. 개인적 경험을 보탠다면, 20대 초반의 나 역시 페미니즘에 공감하지 못했다. 되레 군대 문제가 남성에게 불리하다고 느꼈다. 성인지 감수성은 지금 20대 남성들보다도 못했다.

생각이 바뀌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내 주변 또래 여성들의 삶을 20년 넘게 지켜보며 깨달았다. 여성들은 남성들이 공기처럼 당연하다 여기는 ‘평범하게 일하고 합당한 대우를 받는 과정’조차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2023년 ‘성별임금격차’ 보도에서 데이터로도 입증했다. 여성의 교육 수준과 사회진출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지만, 여전히 여성이 생애 가장 높게 달성할 수 있는 평균임금은 남성이 28~30세에 이미 받고 있는 평균임금에도 미치지 못했다. 어떤 이들은 ‘여성들이 힘든 일을 기피하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현대차와 같은 고임금 제조업 현장에서는 여성을 잘 뽑지도 않는다.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여성 비율이 36%에 달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2025년 성격차 지수 보고서에서 한국은 전체 148개국 중 101위를 기록했다.

여성만 힘든 것도 아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남성들 역시 과도한 남성성을 요구받으며 가부장의 무게를 느끼고 고통을 겪는다. 방송 3사의 대선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층의 이준석 후보 지지율이 다른 후보를 뛰어넘은 것으로 나왔다. 특정 집단을 일반화하는 것은 조심스럽지만, 우려를 받는 20대 남성의 반페미니즘 경향성도 이런 구조가 거꾸로 맺힌 상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이해가 가지 않았다. 20대가 아니라 40대가 되어서도 여전히 이런 구조를 알아차리기는커녕 여성들을 조롱하고 비난만 일삼으며 표를 모은 어느 대선 후보가 말이다. 그는 무엇을 어떻게 보고 살아온 것일까.

황경상 데이터저널리즘팀장

황경상 데이터저널리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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