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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감소시대, 4060세대를 깨워라

국가 교육체계는 사회 변화와 인구 구조의 변동에 따라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근대사회 초기 인구 구조는 유소년층이 많고 노년층이 적은 전형적인 피라미드 형태였고, 당시 교육체계의 핵심 과제는 급증하는 아동 인구를 집단적으로 수용하고 교육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부터 유럽을 시작으로 출산율 저하와 기대수명 증가로 인해 인구 구조가 방추형으로 전환되면서, 교육의 중심축도 변화를 겪었다. 특히 40~60대 중장년층 대상의 성인 계속교육이 국가 교육체계의 새 축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오늘날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이 세대의 경력과 전문성에 대한 업스킬링과 리스킬링이 인구 감소 시대에 국가 경쟁력과 사회적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그 필요성은 훨씬 심각하다. 급격한 저출산과 고령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가분수를 차지하고 있는 4060세대 인구는 약 24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절반에 달한다. 이들의 조기 은퇴와 단순노동직으로의 전환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결코 인구 절반 시대로 치닫고 있는 한국 사회의 건강한 사회구조 전환 과정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불경기와 경기침체, 인공지능과 자동화 시스템 확산 등으로 많은 4060세대가 지금도 일자리를 잃고 있으며, 은퇴 이후 노동시장으로의 재진입은 매우 제한적이다. 과거처럼 자영업, 특히 치킨집 창업과 같은 방식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확인됐다. 이제는 이들을 위한 실질적이고 전략적인 평생교육 및 일자리 정책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하지만 한국의 40~60대는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할 때 매우 취약한 역량 상황에 놓여 있다. 이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OECD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와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의 결과 비교이다. 예를 들어, 2000년 PISA에서 세계 2위를 기록했던 1985년생은 국제적으로도 최고 수준의 읽기와 수리 능력을 보여준 세대였다. 그러나 이들이 30대 후반이 된 2022년, PIAAC 조사 결과에서 그 능력은 오히려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이 극적인 역전의 원인은 분명하다. 바로 학습의 단절이다. 이 세대는 학령기를 지나면서 체계적인 학습을 지속하지 못했고, 그 결과 경력 전환의 핵심 역량인 문해력, 수리력, 문제해결력이 유지되지 못한 것이다. 지속적 학습이 결여된 채 노동시장에서 퇴출당한다면, 이후의 재진입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제는 40~60대 중장년층을 신산업 분야의 핵심 인재로 전환하기 위한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처럼 인구 피라미드가 급속히 역전되어가는 사회에서, 이 중장년 세대를 위한 전면적 재교육 시스템의 구축은 단지 복지정책이 아니라 국가 생존전략이다. 이는 인공지능 산업에 300조원을 투자하는 것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시급하고 전략적인 국가 과제다. 이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핵심 논의가 필요하다.

첫째, 이 프로젝트는 단기적 일자리 사업이 아니라 국가 교육체계의 구조적 전환이어야 한다. 초등교육에 치중된 교육체계의 무게중심을 고등교육과 평생학습으로 이동하고, 기존 대학 역시 고졸 신입생뿐만 아니라 일하는 4060세대를 위해 기능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 기존 ‘대학의 평생교육체제 지원 사업(LiFE)’처럼 시늉만 하는 사업이어서는 안 된다. 전체적 책무를 전담할 국가4060지원부를 독립기구로 설립하고 이 기구가 교육·노동·복지 영역에서의 복합적인 법 개정과 통합적 지원 방안을 설계해나가게 할 수 있다.

둘째, 이를 끌어갈 고등교육 수준의 전담 교육기관이 필요하며, 입학이 자유롭고 일·학습 병행이 가능한 4060 맞춤형 대학들이 전국에 확산돼야 한다. 교육과정도 단순 실무기술이 아닌 수학·통계·생물 등 기초학문을 기반으로 인공지능·보건의료 등 신산업 진출이 가능하도록 설계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서울대 10개 만들기’만큼이나 ‘4060대학 100개 지정하기’가 시급하다.

셋째, 한국 성인의 평생학습 참여율은 OECD 평균보다 낮으며, 주요 불참 사유는 시간 부족이다. 따라서 학습할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주 4일제와 같은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또한 일·학습 병행을 위해 직장 내 학습권 보장을 위한 법적 제도 정비도 시급하다. 현재 많은 노동자들이 눈치를 보며 몰래 학습하고 있다. 유연근무제, 학습휴가, 고용보험 개편 등을 통해 일과 학습이 병행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한숭희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한숭희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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