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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 수의 입고 다시 흙으로

입력 2025.06.26 21:40

수정 2025.06.26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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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새해가 되면 새 결심을 하는 마음으로 유언장을 업데이트한다. 가끔 사전 장례식에 틀 노래라든가, 장례를 맡길 사람이 수정되곤 하지만 수목장이 바뀐 적은 없다. 내 살들로 나무를 먹일 수 있다니 내 살이 이처럼 좋아 보인 적은 정녕 없었다. 몽골에서는 ‘하늘 장례’라고 죽은 사람의 몸을 독수리 먹이로 내주는 장례도 있었다. 반대로 머리카락 한 올조차 소중히 여기는 유교 문화권에서는 화장도 꺼린다. 하지만 본래 한국의 전통 장례는 출상 후 1~3년 동안 나무판자 위에 관을 올려놓고 이엉을 덮어두고서 살이 썩으면 뼈만 추려 매장하는 복장제(復葬制)였다. 미생물이 살코기를 발라내도록 시간을 준 것이다. ‘뼈대 있는 집안’이나 ‘뼈도 못 추린다’는 유구한 표현은 뼈만 묻는 전통 장례에서 유래했다. 따라서 미세 플라스틱이 박혀 있는 몸일망정 자연으로 되돌려주는 행위는 전통 장례의 계승이자 궁극의 자원순환이라 할 수 있다.

화장은 굳이 750~1100도의 에너지를 써서 먹이를 태운 후 고탄소를 배출하고, 매장은 굳이 숲과 나무를 베어내면서 땅을 차지하고 두꺼운 관을 만들어 시신이 썩지 않게 한다. 모든 생명체는 분해돼 서로서로 먹이는 존재가 된다. 인간은 이를 거부함으로써 자신이 썩어 사라지는 존재라는 사실을 벗어나고자 한다. 인간은 자연의 먹이가 되는 것을 거부하는 유일한 동물이며, 동물임을 잊은 인간은 자신의 멸종을 재촉하는 지경에 처했다.

나는 집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만든다. 표면에 미생물이 달라붙어 빠르게 먹어 치우게 손가락 한 마디 크기로 음식물 쓰레기를 잘라 액비통에 넣는다. 2~3주 동안 액비를 따로 빼낸 후 거름망 위에 죽처럼 남은 건더기를 톱밥과 흙에 섞어두면 퇴비가 된다. 음식물 쓰레기는 오랫동안 흙에 두면 어련히 썩기 망정이지만 도시에서는 땅과 시간이 부족하므로 이렇게 ‘조리’가 필요한 법이다.

시신 처리에도 땅과 시간이 부족하므로 다양한 ‘조리법’이 생겨나고 있다. 영국에서는 2023년부터 시신을 알칼리성 물질에 넣고 열을 가해 물로 분해하는 수분해장을 적용 중이다. 뼈와 인공 보철물만 남고 시신은 물이 되어 하수도를 거쳐 강과 바다로 흘러간다. 미국 워싱턴주에서는 퇴비장이 시행 중인데, 시신에 버섯 포자 수의를 입히고 관에 짚, 나뭇가지, 미생물 등을 함께 넣어 퇴비화한다. 기존 장례 비용보다 훨씬 저렴하고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확 줄어든다. 고인의 퇴비화 공원은 비의도적인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처럼 개발을 막을 수도 있다! 스웨덴에서는 시신을 액화질소에 급속 냉동한 후 충격을 가해 가루로 만드는 ‘빙장’을 하고 있다. 에너지 사용과 탄소 배출 저감으로 다른 나라에서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감감무소식이다. 2022년부터 반려동물 장례식에 수분해장이 허가됐지만 현재 이를 제공하는 동물 장례업체는 한 곳도 없다.

어느 새해 아침. 나 죽거들랑 버섯 포자 수의를 입혀달라고 유언장을 갱신하고 싶다. 그 땅에서 자란 버섯을 먹어주면 좋겠다. 20대 중반부터 되도록 고기를 먹지 않는 플렉시테리언으로 살면서 버섯 참 많이 먹었다. 받은 거 돌려주는 거, 그런 게 뭐 인지상정 아닌가.

고금숙 플라스틱프리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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