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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색만 담았다, 마음이 더 풍성해졌다…감각 산책 컬러 워크

입력 2025.06.28 09:00

“오늘은 초록이에요.”

서울 연희동 골목에서 만난 조아영씨(23)는 휴대폰을 들고 신선한 잎사귀가 무성한 나무, 초록색 간판, 초록색 점퍼를 입은 행인을 차례로 화면에 담고 있었다.

흔한 브이로그처럼 보이지만 그가 촬영하는 이미지와 영상에는 단 하나의 규칙이 있다. 오직 ‘초록색’만 기록하는 것.

최근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 쇼트폼 플랫폼을 중심으로 ‘컬러 워크(Color Walk)’ 콘텐츠가 유행하고 있다. 이는 특정 색 하나를 정한 뒤 그 색을 중심으로 도시를 관찰하고 사진이나 영상으로 기록하는 산책법이다.

‘도심은 회색뿐’이라는 말은 컬러 워크를 시작한 이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이들은 건물 벽의 미세한 색감, 자판기 버튼의 포인트 컬러, 행인의 양말까지 인식하며 산책을 즐긴다. 조씨 역시 “단순히 예쁜 색을 찍는 활동이 아니다. 특정 색에만 집중하면서 일상을 관찰하면 전에는 보이지 않던 사물과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고 했다.

Z세대의 유행처럼 번진 컬러 워크의 뿌리는 의외로 깊다. 1970년대 뉴욕의 작가이자 교육자인 윌리엄 버로스는 학생들에게 ‘컬러 워킹’을 과제로 제시했다. 도심을 거대한 캔버스로 바라보는 이 실험은 예술적 감각 훈련이자 심리적 탐색, 마인드풀니스(마음챙김 명상)의 초기 형태로도 평가받는다.

지금의 컬러 워크 방식으로 확장된 것은 웰니스 인플루언서 브리짓 캠벨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 활동을 소개하면서부터다. 그는 일상 속 컬러 워크를 실천하는 모습을 공유하며 “아름답고 재미있는 운동일 뿐만 아니라 몸과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독려했다.

캠벨의 제안은 개인의 경험을 시각적이고 즉각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는 데 익숙한 Z세대의 감성과 맞물려 더욱더 빠르게 확산했다. 이들은 도시뿐 아니라 여행지 등 활동 영역을 넓혀 색감의 사물들을 한 화면에 배열하거나 필터 톤을 통일해 큐레이션된 감각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이러한 시각적 연출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새로운 방식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았다.

나아가 컬러 워크는 감정을 드러내는 도구로도 진화했다. 대학생 김서율씨(21)는 “SNS를 보면 한 달간의 기분 변화가 보인다. 노란색이 많았던 주는 바빴고, 파란색이 많을 땐 에너지가 최고조였다”며 “감정을 말이 아닌 색으로 기록하는 것이 흥미롭고 이렇게 쌓인 기록이 나만의 감정을 시각적으로 저장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컬러 워크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감각의 피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박민재 심리학자는 “디지털 정보 과잉과 사회적 압박 속에서 사람들은 자기 내면과 감각에 대한 갈증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색 하나에 집중하는 산책은 뇌의 과부하를 쉬게 해주는 ‘감각 미니멀리즘’”이라고 해석했다.

컬러 워크의 방법은 어렵지 않다. 동네 골목, 쇼핑몰 내부, 여행지 어디든 가능하고 요가나 명상처럼 호흡이나 자세를 신경 쓸 필요도 없다. 단 하나의 기준, ‘색’만 정하면 된다. 걷기를 기반으로 하므로 신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마음이 복잡할 때는, 하나의 색에 집중하며 걸어보자. 익숙한 거리에서 새로운 위안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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