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자력갱생 기치 내린 적 없어”
앞서 트럼프 “나는 김정은과 좋은 관계”
전문가 “북, 미 정책 변화 없는 한 대화 안해” 뜻
러시아 무용단 평양 도착 …러시아와 밀착 가속

지난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북한이 “북한과 갈등을 해결할 것”이라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 이후 ‘자력갱생’을 재차 강조했다.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가시적으로 완화하기 전에는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북한은 러시아 무용단을 평양에 초청하는 등 러시아와 밀착은 강화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29일 ‘위대한 조선로동당의 성스러운 80년 혁명영도사를 긍지 높이 펼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적대세력들은 우리 스스로가 자력갱생의 길을 포기하도록 하기 위해 지난 10년여간 사상초유의 극악한 제재봉쇄책동에 매달렸다”며 “(북한은)자력갱생 기치를 순간도 내리운 적이 없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다른 기사에서도 “세계가 불안정과 혼란에 빠져들고 있는 것은 다른 나라들에 대한 미국과 서방나라들의 날강도적인 주권침해행위에 그 근원을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입장은 지난 2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제스처 이후에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김정은에게 서한을 보낸 것이 사실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나는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그는 이어 “누군가는 잠재적인 갈등이 있다고 말하는데,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해당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중재로 평화협정을 체결한 민주콩고와 르완다의 외무장관을 백악관에 초대한 행사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이 일(평화중재)을 좋아한다. 우리는 이를 수행할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북핵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다고 과시하려는 발언으로 풀이됐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공식적으로 변화된 것을 보여주지 않는 한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내부 기준을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이 이란과 최종 핵 협상 전에 이란을 공습한 것을 본 북한 입장에선 ‘어설프게 대화에 나섰다가 공격의 명분만 줄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러 조약 체결 1주년을 맞아 북한 문화성의 초청으로 올가 류비모바 문화상을 단장으로 하는 러시아연방 문화성 대표단이 지난 28일 평양에 도착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은 러시아와 밀착에는 속도를 내고 있다. 노동신문은 북·러 조약 체결 1주년을 맞아 “올가 류비모바 문화상을 단장으로 하는 러시아 연방 문화성 대표단”이 지난 28일 평양에 도착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러시아 M.E. 퍄트니츠키 명칭 국립아카데미민속합창단과 ‘그젤’ 모스크바 국립아카데미 무도극장 예술인들도 도착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주북러시아대사관은 텔레그램을 통해 “앞으로 며칠 동안 평양에서 열릴 콘서트와 강연 시리즈는 의심할 여지 없이 올해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당분간 북·러 동맹을 통해 제재 압박을 완화하고,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의 의도를 계속 탐색하면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