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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폐기물 수입 국가, 대한민국

몇년 전 어떤 언론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 유해폐기물을 수입해 피해를 보고 있는 외국 사례를 알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런 사례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은 유해폐기물을 수입하는 국가’라고 얘기해줬다. 그랬더니 깜짝 놀라며 그런 줄 몰랐다고 했다. 그러나 그 프로그램은 기획이 이미 잡혀 있어서, 대한민국의 유해폐기물 수입 실태를 다루지 못한다고 했다. 씁쓸한 경험이었다.

세계적으로 유해폐기물에 대해서는 국제협약이 체결돼 있다. ‘유해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 및 그 처리의 통제에 관한 바젤협약’이 그것이다. 유해폐기물의 불법 이동을 줄이고, 유해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을 규제하기 위한 협약이다. 그리고 이 협약 시행을 위해 국내법으로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 및 그 처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있다. 주된 내용은 유해폐기물을 수입할 때에 환경부로부터 허가를 받거나 신고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허가 대상인 유해폐기물이 신고 대상인 폐기물보다 유해성은 더 강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통계를 보면, 대한민국은 어마어마한 양의 허가 대상 유해폐기물을 수입하고 있다. 환경부의 ‘환경통계연감’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2022년 89만407t의 허가 대상 유해폐기물을 수입했다. 반면에 수출한 허가 대상 유해폐기물은 6908t이었다. 그러니까 수입량이 수출량의 100배를 훨씬 넘는다.

수입하는 허가 대상 유해폐기물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폐납산배터리다. 자동차나 산업용으로 사용되던 폐배터리다. 2022년에 수입된 폐납산배터리의 양은 43만730t에 달한다.

이렇게 수입된 폐납산배터리를 녹여서 납을 뽑아낸다. 납 2차제련이라고 부르는 사업이다. 이런 사업은 법적으로는 ‘재활용’으로 분류돼 있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은 엄청나다. 그래서 납 2차제련을 하는 업체 중 일부는 환경부로부터 ‘환경오염시설의 통합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통합허가를 받았다. 법적으로는 연간 20t 이상의 먼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이 발생하면 통합허가를 받게 돼 있다.

환경부로부터 통합허가를 받은 7개 업체의 대기오염물질 발생량을 보면 엄청난 수준이다. 먼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의 3종류 대기오염물질 발생량이 최소 1만1822t에서 최대 5만1856t에 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정도로 대기오염물질이 많이 나오는 사업장은 흔치 않다.

게다가 납 2차제련 과정에서는 납이 대량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납은 낮은 농도로 노출되더라도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물질이다. 환경부가 운영하는 ‘환경보건 종합정보시스템’에서는 “납 화합물은 저농도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골격, 치아 등에 축적”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운영하는 ‘국가건강정보포털’에서도 “납은 낮은 농도에서도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독성물질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 세계보건기구에서는 납의 허용 안전기준치 자체를 철회한 만큼 납의 위해성에 대해 더욱 경각심을 가지고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납이 대량으로 발생하는 납 2차제련을 위해 엄청난 양의 유해폐기물을 수입하고 있다. 이렇게 폐납산배터리를 대량으로 수입하는 나라는 멕시코와 한국 정도뿐이다. 수입처에는 일본, 미국뿐만 아니라 아프리카까지 포함돼 있다. 2018년 1월 한국폐기물자원순환학회지에 게재된 ‘폐납산배터리의 수출입 현황 및 제도 비교분석 연구’에 나오는 내용이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대기오염물질 발생량을 대폭 축소해 환경부로부터 통합허가를 받지 않은 업체들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납 2차제련 업종을 하면서도, 연간 대기오염물질 발생량이 20t도 안 되는 것으로 해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대기배출시설 허가를 받은 업체들이 있는 것이다. 동일 업종의 업체인데, 어떤 업체는 연간 대기오염물질 발생량이 1만1000t이 넘고, 어떤 업체는 연간 20t이 안 될 수가 있는가? 생산량의 차이를 감안해도,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환경부는 이를 인지하고도 방치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보면, ‘과연 대한민국에 정부는 존재하는가’라는 의문까지 가지게 된다. 헌법에는 국민의 환경권, 건강권, 행복추구권이 보장된다고 명기돼 있지만, 그야말로 말뿐이다. 지금은 유해폐기물의 수입 및 처리 실태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그리고 일관되고 투명한 행정이 이뤄져야 한다. 부디 이재명 정부의 환경부는 달라지기 바란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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