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발코니의 여자들> 포스터.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여기도 러브버그가 있네” “ㅋㅋㅋ 너무 웃겨” “이 남자도 이제 죽는건가”
극적인 장면이 등장할 때마다 채팅창은 더 빠르게 움직인다. 영화가 약간 느슨해지는 순간은 아까 못다 한 얘기를 나눌 귀한 시간이 된다. 웃긴 장면에서는 더 맘껏 웃고, 무서운 장면에서도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피식 웃음이 난다. ‘왓챠파티’로 열린 온라인 시사회는 올라오는 댓글의 양만큼 즐거움이 배가된다.
지난 3일 영화 <발코니의 여자들>의 온라인 선공개 시사회가 ‘왓챠파티’를 통해 열렸다. 왓챠파티는 국내 OTT서비스 ‘왓챠’가 제공하는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다. <본인 출연, 제리> 등 OTT 업체에서 직접 수입한 영화가 왓챠파티를 통해 선공개 된 적은 있지만, 극장 개봉을 앞둔 일반 영화사의 작품이 왓챠파티를 통해 공개되는 건 처음이다. 이용자들은 함께 영화를 보며 실시간 댓글로 반응을 공유할 수 있다.
<발코니의 여자들>은 46도가 넘는 무더위가 찾아온 프랑스 마르세유를 배경으로 찜통같던 더위에 미쳐가던 세 여자가 한 남자를 살해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배우 노에미 메를랑이 주연, 각본, 감독을 맡았고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감독 셀린 시아마가 공동각본가로 이름을 올렸다. 셀린 시아마 감독의 영화는 여성 캐릭터를 대상화하지 않는 시선으로 그려 여성 관객들에게 사랑받아왔다. <발코니의 여자들>도 전작처럼 대상화하지 않은 여성들의 모습을 담은 코믹 스릴러 장르의 영화다.

영화 <발코니의 여자들> 스틸컷.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발코니의 여자들>을 수입한 그린나래미디어 관계자는 “코미디라는 장르에 여성 해방을 다룬 만큼 관객들이 대화하며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다”며 “채팅을 통해서 함께 수다 떨며 보면 좋을 것 같아 온라인 상영회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시사회 채팅창은 한시도 멈추지 않았다. 영화 시작과 동시에 100여명이 들어온 파티장에는 각양각색의 반응이 튀어나왔다. 아름다운 발코니의 풍광을 앞에 두고는 함께 “와” “색감 좋다”며 감탄했고, 거부감을 일으키는 장면에서는 “웩” “싫다” 등 신랄한 반응이 즉각적으로 올라왔다.
그린나래미디어 관계자는 “실제 영화관에서는 대화하며 볼 수 없고 이후 대화할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온라인 공간에서 진행하다 보니 자유롭게 서로 대화하며 영화의 새로운 점을 발견하고 함께 즐기는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온라인 시사회는 약 1200명이 신청했고 추첨을 통해 선정된 150명이 참가했다. 진행은 유튜버이자 스트리머 ‘햄튜브’가 맡았다

영화 <발코니의 여자들> 선공개 온라인 왓챠파티 홍보 이미지. 왓챠 제공
같은 날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오프라인 시사회에 참여한 이들은 온라인에서라도 영화에 대해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날 시사회에 참여한 양현아씨(36)는 “영화관에서도 웃음이 자주 터져서 즐겁게 관람했지만, 실시간으로 다른 관객들의 솔직한 반응을 보면 더 좋았을 것 같다”며 “평일 저녁 상영이라 바로 귀가하느라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해도 알 수 없는 게 아쉬웠다. 관련 감상을 인터넷에서 찾아볼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엔 로맨스인가 하고 보다가 호러가 되고 중간중간 코미디가 있어서 정말 새로운 영화였다”며 “재개봉만 하던 극장에 새로운 영화가 걸리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발코니의 여자들>은 9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