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회복 지원금과 권력기관 특수활동비 등을 담은 31.8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이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특활비 예산 편성에 반발해 본회의 표결에 불참한 추경안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한달 만에 짜인 첫 추경안이 벼랑 끝에 몰린 민생을 돌보고, 위기에 처한 내수 경제를 회복하는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이번 추경안엔 민생회복 소비쿠폰 예산 12조1709억원이 반영됐다. 전국민에게 소득에 따라 15만원에서 55만원까지 소비쿠폰을 차등 지급하는 예산은 비수도권·인구감소지역의 지원금을 추가해 정부안보다 약 2조원이 증액됐다. 지역화폐 발행 규모를 8조원으로 늘리고, 무공해차 보급확대·영유아 보육료 지원 사업도 늘렸다. 또 빚 갚을 여력이 없는 소상공인 장기연체 채권을 없애고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 채무를 정리해주는 민생안정 예산 5조원이 포함됐다.
서민과 소상공인 어려움이 커지고, 윤석열 내란으로 더욱 침체된 경제 위기를 직시한다면 이번 추경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더욱이 추경이 일으킬 소비와 소득 지원 효과는 폭염 속 본격 휴가철 전에 더욱 커질 수 있다. 정부가 하루 빨리 추경을 집행하는 것이 민생을 살리고 국정을 정상화하는 길이다.
이번 추경안에는 대통령 비서실·법무부·감사원·경찰청 등 4개 기관의 특수활동비(105억원)가 반영됐다. 권력기관 특활비는 윤석열 정부 시절 야당이던 민주당 주도로 삭감했던 것을 일부 되살린 것이다. 당시 전액 삭감한 대통령실·국가안보실 특수활동비는 41억원이 편성됐고, 자료 제출 거부 이유로 삭감된 검찰·경찰·감사원 특활비도 일부 복원됐다. 우상호 정무수석이 대통령실을 대표해 “입장이 바뀐 것에 대해 국민께 죄송하다”고 사과한 건 바람직하다.
특활비는 용도와 집행 방식이 엄격하게 제한되고,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업무상 횡령·국고 손실죄가 적용되는 예산이다. 실제 전직 국가정보원장 3명이 특활비 횡령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 받았고, 검찰에서도 명절 떡값·포상금 지급·휴대폰 요금·상품권 구입 같이 본래 목적과 어긋나게 주머니 쌈짓돈처럼 오·남용된 사례들이 드러났다.
민주당은 특활비 증액 편성을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한 특단의 조치”라고 주장한다. 반면 국민의힘은 “야당 땐 삭감하고 집권 후 증액하는 내로남불”이라고 반발한다. 이런 대립은 국회가 특활비 개혁의 주체가 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불투명한 국정 운영과 잘못된 나라 살림의 전유물이었던 특활비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된다. 집행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감사원 등의 외부 감시·통제를 강화하는 제도 개선에 여야가 적극 나서야 한다.

이재명 정부 첫 추가경정예산안이 4일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정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