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배우려 한다면 지도자의 이력부터 확인하는 게 당연하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운동 시설 입구 혹은 홈페이지에는 항상 소속 트레이너 사진이 붙어있고, 자격 사항이 줄줄이 쓰여 있다. 골프, 복싱, 테니스 등 모든 스포츠가 마찬가지지만 피트니스 업계는 유독 자격증의 인플레이션이 심해서 트레이너 자격만 거의 한 페이지를 꽉 채울 때도 있다.
자격증이 트레이너의 실력을 대변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고객 입장에선 이 트레이너가 최소한의 능력과 자격을 갖추었는지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사실상 유일한 수단인지라 무시할 수도 없다. 문제는 인플레이션 수준인 운동 자격증 대부분이 일반인에게는 낯설다는 점이다. 국가 공인 자격과 민간 자격이 있고, 어려운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것, 출석만 잘하면 주는 것도 있다. 때로는 정체불명의 알파벳이 난무해 대체 무슨 자격증인지 아예 감도 못 잡을 수 있다. 그럼 대표적인 자격증이라도 하나씩 정리해보자.
첫 번째로 확인할 건 유일한 국가 공인 자격인 문화체육관광부 발급 ‘체육지도자’다. 체육지도자는 종목별로 1·2급 생활스포츠지도사와 전문스포츠지도사, 노인·유소년·장애인 스포츠지도사가 있다. 체육지도자 중 최상위 자격인 ‘건강운동관리사’는 체육 전공자만 지원 가능하고 난도가 높기로 유명한데, 대개 보건소나 병원 등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일반 체육시설에서는 보기 어렵다.
1·2급 생활스포츠지도사는 현업에서 트레이너의 기본 요건으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따지 못한 트레이너도 상당수다. 몇년 전만 해도 난도가 그리 높지 않았지만 최근 몇년간 급속히 어려워져 트레이너들도 떨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보유 이력을 거짓으로 적었다가 물의를 빚는 일도 있다. 그러니 트레이너를 찾는다면 최소한 생체2급 정도는 보유했는지 확인해보자.
체육지도자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민간 자격증, 수료증이다. 민간 자격증 중 운동사(KACEP)와 선수 트레이너(KATA)는 체육 전공자만 응시할 수 있는 데다 난도가 높아 현업에서도 인정받는 자격증이다. 그 외에도 대한보디빌딩협회의 ‘코치아카데미’, 피사프(FISAF)의 국제 트레이너 자격 등이 있다. 필라테스나 크로스핏 등에서도 별도로 발행하는 자체 자격이 있다. 이외에 수많은 사설 단체들이 제각각 발행하는 무수한 자격들이 있는데, 자격증 인플레의 원인이다.
자격에 ‘연수’ 혹은 ‘수료’라는 꼬리표가 붙어있는 것도 있다. 그건 해당 사설 단체에서 교육만 들었을 뿐 자격을 취득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최근에는 해외 자격을 취득하는 트레이너들도 많은데, 국내에 가장 잘 알려진 단체로는 미국 스포츠의학회(ACSM)가 있다. 이곳에서는 개인 트레이너(CPT), 운동생리학자(CEP) 등의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다. 미국 체력관리학회(NSCA)에서는 CPT와 근력운동전문가(CSCS) 자격증을, 미국 스포츠의학 아카데미(NASM)에서도 개인트레이너와 재활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 자격을 몇개씩 보유한 트레이너들도 있지만 해외 자격이라 해서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증명은 아니다. 해외 자격은 취득하는 데 큰 비용이 들고 관리와 갱신이 까다롭다보니 굳이 딸 생각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요약하면, 국가에서 발행했거나 민간이어도 공신력 있는 자격증이 있다면 운동 지도자로서 최소 기준치는 인증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력에 한 줄 넣는 게 전부인 함량 미달 자격도 많은 만큼, 자격증이 많은지보다는 제대로 된 자격을 갖추었는지를 먼저 확인해보자.

수피 | 운동 칼럼니스트
<수피 운동 칼럼니스트 | <헬스의 정석> 시리즈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