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통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서한’ 발송 예고를 두고 국내 전문가들은 한국이 대상이 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하지만 한국이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정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교부 2차관을 지낸 이태호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6일 전화통화에서 “(서한이) 협상 자체를 막으려는 의도로 보이진 않는다”며 “다른 나라의 협상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는 나라들에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협상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압박을 가하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다.
김양희 대구대 경제금융통상학과 교수는 “(서한이) ‘빨리 협상안을 가지고 오라’고 하는 것”이라면서도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의 우려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관세 복원을 ‘일괄 공지’하지 않고 서한을 통해 개별 국가에 순차로 통보하고 관세 적용 시일을 다음달 1일로 미룬 것은 ‘관세부과로 인한 시장의 충격’을 경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지난번(4월) 상호관세를 올리면서 국채금리가 급등했는데, 개별적 통지를 통해 그 충격을 조금 분산하겠다는 것”이라며 “다음달 1일 (관세를) 복원한다는 것도 그사이 시장의 충격을 가늠하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파트너 국가들의 ‘협력’ 여지를 없애는 것도 서한을 개별 국가에 차례로 보내는 목적이라고 봤다. ‘트럼프 서한’이 협상 압박용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서한의 목적이 협상 압박인 만큼 한국이 트럼프 서한의 ‘수신국’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새 정부 출범 뒤 교섭 상대방을 임명하고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고 있는 한국을 ‘벌을 줘야 하는 국가’로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미국의 ‘본보기’에 걸리는 일은 없어야 하며 협상에 적극 임하고 있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고문은 “(서한을 받게 되면) 협상에 찬물을 끼얹게 되는 것”이라며 “서로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는 공감을 할 정도로 프레임워크 수준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서한 자체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면서도 “성심성의껏 협상에 임하겠다는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만일 한국이 ‘트럼프발 관세 서한’ 대상국에 포함됐다면 고율의 상호관세를 떠안은 채 향후 협상을 이어가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5일(현지시간) 면담 소식을 전하며 “한·미 간 상호호혜적 제조업 협력 프레임워크에 대한 우리 측 비전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의 신정부 출범 이후 한 달간 선의에 기반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점과 상호 견해 차이를 더욱 좁혀나갈 필요가 있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