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29회 국무회의를 열어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정부 초반 고위공직자 인선과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주요 국정 현안에서 검찰 문제가 여권 내 잡음의 소재가 되고 있다. 추경에서 검찰 특수활동비가 일부 복원되고, 개혁 대상으로 지목된 검사들이 중용되면서다.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 주장한 검찰개혁 내용이 새 정부 들어 풀어야 할 숙제로 돌아온 양상이다. 조국혁신당을 비롯한 범여권 정당과의 균열 조짐도 나타난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난 4일 대통령실을 항의 방문한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와 만나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때 삭감했던 검찰·대통령실 특수활동비를 복원하는 것에 대해 “저희 입장이 바뀌게 된 것에 국민께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막상 운영하려고 보니 여러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후 국회 본회의에선 검찰 특수활동비 41억원을 포함한 추경안이 사실상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6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검찰 특활비 복원에 대해선 여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있었다. 추경안 처리 직전 민주당 의원총회에선 “검찰을 개혁한다면서 검찰 조직을 강화하는 특활비가 말이 되느냐” “대통령실 등의 특활비를 복원하면서 검찰만 빼놓을 수가 없다” 등의 의견이 충돌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민주당은 추경안에 ‘법무부는 검찰 특활비를 검찰개혁 입법 완료 후 지급한다’는 부대의견을 넣어 통과시켰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내에선 검찰 특활비 부활에 부정적 의견이 더 많다”며 “검찰 수사권 범위가 축소되는 데 맞춰 특활비도 감액해야 했는데 세심한 고려가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민주당 의원은 “특활비 복원은 민주당의 검찰개혁 기조와 맞지 않는 실수”라면서도 “입법 완료라는 조건을 넣어 검찰개혁에서 스스로 물러설 수 없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개혁에 뜻을 모으던 범여권에선 비판이 나왔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통령은 검찰 직접수사 폐지를 전제로 하는 수사·기소 분리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런 민주당에서 검찰 특활비를 부활시키겠다는 건 자기부정”이라며 “정권이 바뀌었으니 이제 검찰을 써먹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냐”고 적었다. 손솔 진보당 의원도 추경안 통과 직후 페이스북에 “검찰 특활비 편성에 우려를 표한다”며 “추경이 편성된 만큼 새 정부에선 특활비 사용처 등을 투명하게 밝혀 다른 모습을 보여달라”고 적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혁신당 등 범여권은 정부에 각 세우기를 자제해왔다. 하지만 범여권이 개혁 대상으로 지목하던 검사들을 이 대통령이 중용하며 불거진 불만이 검찰 특활비 복원을 기점으로 커지고 있다. 백선희 혁신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5일 논평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결정”이라며 “검찰개혁이 완결되지 않은 시점에 왜 미리 예산을 편성했는지 필요성과 정당성 모두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민정수석으로 임명한 봉욱 전 대검 차장검사는 범여권 검찰개혁안의 핵심인 ‘수사·기소의 분리’에 반대했던 인물이었다. 첫 민정수석으로 임명됐지만 차명 재산 문제가 불거져 6일만에 낙마한 오광수 전 대구지검장도 범여권이 해체 대상으로 꼽은 ‘특수부’ 검사 출신이었다.
정부가 지난 1일 단행한 검찰 인사에서도 과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수사하며 혁신당 인사들을 재판에 넘겼던 검사들이 요직에 발령됐다. 당시 황현선 혁신당 사무총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인사는 차규근(최고위원), 이규원(전략위원장), 이광철(당무감사위원장)에게 보내는 조롱인가”라며 주장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맨 오른쪽)이 지난 4일 검찰·대통령실 특수활동비 복원에 대한 국민의힘의 항의 서한을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