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보니 | 메르세데스-AMG SL 43

소프트 톱(지붕)을 완전히 열어젖힌 ‘메르세데스-AMG SL 43’.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6월 하순의 제주도 날씨는 참으로 이상했다. 해가 나는가 싶으면 빗방울이 흩날렸고, 비가 멈춘 바닷가 바람이 시원하다 싶다가도 이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땡볕이 내리쬈다. 덕분에 한라산 자락의 한 호텔에서 출발해 서쪽 해안도로와 굴곡진 숲길을 따라 펼쳐진 126㎞ 시승 구간 내내 ‘메르세데스-AMG SL 43’(SL 43)은 지붕 역할을 하는 소프트톱을 여닫느라 쉴 새가 없었다.
SL 43은 지금은 전설이 된 레이싱 카 300 SL의 첫 출시(1952년) 이후 현재 7세대에 이르기까지 럭셔리 로드스터(지붕을 접을 수 있는 차)의 아이콘으로 자리를 잡은 ‘메르세데스-AMG SL’의 신규 트림(세부 모델)이다. 지난 2월 국내 출시됐다. 제트기의 터빈 노즐에서 영감을 얻은 송풍구 사이에 배치한 11.9인치 중앙 디스플레이를 누르니 소프트톱이 열렸다. 15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닫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시속 60㎞를 넘으면 안전상의 이유로 ‘지붕’ 개폐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마티아스 바이틀 사장은 “오픈카로서 SL 43의 장점이 극대화되는 시기는 1년 중 봄과 가을이지만, 한여름과 한겨울에도 창문 조절 기능과 헤드레스트(머리받이) 밑으로 따뜻한 바람을 흘려보내는 ‘에어 스카프’ 기능 등을 활용하면 지붕을 열고 대자연을 달리는 짜릿함을 맛볼 수 있다”고 말했다.
SL 43은 2도어 스포츠카답게 날렵한 실루엣이 주위의 시선을 잡아끈다. 차량의 AMG 전용 라디에이터 그릴은 강렬한 인상을 풍겼다. 시동을 거니 폭발적인 엔진 배기음과 함께 지면을 묵직하게 박차고 나아간다.
요즘 대세인 스티어링 휠의 섬세한 조항감과 견주면 아주 뻑뻑하지만, 운전대를 꽉 잡고 돌릴 때 우직하면서도 솔직하게 반응하는 모습이 의외로 운전의 재미를 돋운다. 코너링도 생각보다 부드럽다. 여기에 헤드레스트와 등받이가 고속 주행 중에도 탄탄하게 운전자를 받쳐줬다.
직진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엔진의 폭발력이 상당했다. 4기통 2.0L 가솔린 터보 엔진(M139)이 9단 변속기와 결합해 최고 출력 421마력, 최대 토크 51㎏·m를 발휘한다. 주행 모드를 ‘콤포트’에서 ‘스포츠’를 거쳐 ‘스포츠 플러스’로 바꾸니 도심이지만 레이싱 선수가 따로 없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4.7초에 불과했다.
고성능 브레이크 시스템 또한 든든했다. 차선 변경, 차선 이탈 방지, 브레이크 어시스트 등을 포함하는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패키지, 충돌 회피 메뉴버링 서포트와 같은 안전 보조 시스템도 기본으로 탑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