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의 회의 수준은 회의록 작성과 공개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회의를 녹음 및 녹화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속기록을 공개하면 긴장도가 높아진다. 참석자들은 준비해 온 자료를 바탕으로 질문과 의견을 발언하고 비공개할 것이 있다면 회의록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한다.
반대로 외부로 공표되지 않는 회의는 대부분 형식적으로 운영된다. 주최자들이 준비해 온 시나리오에 따라 참석자들은 움직이며, 각자의 역할에 맡게 형식적인 의견을 말할 뿐이다.
만약 회의 자체가 실시간으로, 외부로 중계된다면 긴장도는 최고조로 달한다. 대표적인 곳이 국회 상임위원회인데, 대부분 회의가 유튜브에 실시간으로 공개되고 있다. 여야 의원들은 각자 논리에 따라 치열하게 발언한다. 유튜브가 존재하지 않을 때와 비교해 국회 본회의 및 상임위원회의 질적 수준은 매우 높아졌다.
헌법상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고 민감한 결정을 하는 곳은 국무회의다. 헌법 89조에 따라 정부의 일반정책, 법률안, 군사에 관한 중요사항 등 17개 사항에 대해 심의를 의무화하고 있다. 지난 2일 이재명 대통령은 20개 외청, 공공기관도 국무회의에 보고하도록 지시해 회의의 위상은 더욱 커졌다.
국무회의 회의록 작성 실태 및 공개는 어떨까? 과거 정부 국무회의 회의록은 속기록 형태가 아니라 개조식으로 작성돼 있다. 대부분 ‘했음’체로 작성돼 있어 발언자의 의도를 알아보기가 힘들다는 뜻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의안 제안 이유에 관해서는 설명이 되어 있으나 토의 등은 ‘이견 없음’으로 작성된 것이 대부분이다. 실제 의견이 없었다는 것인지, 의견이 있었으나 비공개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12·3 계엄 선포와 관련해서도 당시 참석한 총리와 장관들의 상황 인식은 다르다. 국무회의에 대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회의록을 제대로 작성하지 않아 발생한 일이다. 이런 실태는 국무회의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지점이다.
최근 이재명 정부 첫 국무회의 회의록이 행정안전부에 공개됐는데, 대통령의 발언과 장차관들의 답변이 상세히 기록돼 있었다. 다행스럽고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발언 전체가 여전히 개조체로 되어 있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지난달 19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부분들이 있는데 공개할 수 있는 것까지 굳이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있느냐’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무회의 문제를 정확히 지적한 것으로 향후 반드시 반영되어야 할 부분이다. 물론 민감한 심의안에 대해서는 비공개로 전환해서 회의를 개최하면 된다.
미국에서 시행하는 회의 공개법의 경우 회의를 개최할 때 진행에 방해가 되지 않는 한 녹음과 방송을 허용한다. 아울러 해당 자료에 대중이 접근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공개회의에서 투표는 비밀투표가 아니며 대중이 누가 투표했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 민감한 개인정보, 보안 치안정보, 자산 매입 또는 매각 정보 등은 비공개회의로 분류한다.
하와이주 회의 공개법에는 “민주주의에서 국민은 궁극적인 의사결정권을 가진다. 정부 기관은 공공정책의 수립과 실행을 돕기 위한 존재이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그동안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등이 회의 공개법 제정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20일 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국무회의장에서 녹음·녹화·촬영 및 중계방송을 허용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한 정부조직법 일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간단하고 상식적인 법안이 22대 국회에서 통과하길 간절히 기원한다. 아울러 정부에서 개최하는 중요한 회의에 이런 시스템이 정착되면 좋겠다. 개혁은 투명한 공개에서 시작되고, 기록으로 완성된다.

전진한 알권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