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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데몬 헌터스’ 성공의 비밀

2020년 한 미국 대학에서 K팝 강좌를 들은 적이 있다. 학부생들 요청으로 개설된 교양 과목이었고, 인기 강좌로 유명했다. 해당 대학에서 외국 팝 음악으로 정식 강좌가 열린 것은 비틀스가 전 세계를 휩쓸던 1960년대 브리티시팝 강좌 이후 처음이라고 했다.

수강생들 역시 K콘텐츠를 즐기는 코리아부(Koreaboo)였다. 좋아하는 K팝 스타와 그 이유는 각양각색이었지만, 엄청난 팬심과 열정의 소유자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K팝과 K콘텐츠를 넘어 한국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진지했다.

흥미로운 점은 상당수가 K팝을 문화콘텐츠로만 소비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들에게 K콘텐츠는 자부심(pride)이었다. 한국계가 아닌데도 말이다. 특히 ‘너드’ 취급받던 아시아계 이민 2~3세들은 K콘텐츠의 성공 서사에 감정이입했다. 아시아의 작은 나라가 문화적으로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다는 사실 자체에서 해방감을 느낀다는 의견도 많았다.

자연스레 K팝은 정치적으로 리버럴로 인식됐다. 실제로 미 중산층 10~20대가 K콘텐츠 주요 소비자이자 팬덤의 기반이다. K팝을 인종차별 반대와 성소수자 인권 운동과 연결하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 일부 나라 K팝 팬덤의 민주화 시위도 종종 외신을 장식한다.

5년 전 기억을 소환하게 된 이유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흥행을 보면서다. 이 영화에 수록된 K팝 스타일의 OST들은 전 세계 음원 차트를 점령 중이다. 더 이상 놀랄 일도 아니다. 넷플릭스 톱 순위에 <오징어 게임 3>도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21세기 최고의 영화’로 <기생충>을 선정했다.

K콘텐츠, 즉 한류의 힘은 어디서 올까. 국내외 전문가들은 주변 국가와의 문화적 친근성, 콘텐츠의 혼종성, 디지털 기술과의 결합, 정부 지원 등을 거론한다. 다 맞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핵심 요소가 있다. 바로 민주주의다. 한국 민주주의 발전을 제쳐놓고 한류를 논할 수 없다.

지금의 한류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의 산물이다. K콘텐츠의 주축인 K팝, K드라마, K무비의 시원이 1990년대다.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획사들이 이 시기에 설립됐다. K팝 시초 격인 서태지와 아이들이 1992년 데뷔했다. ‘K팝’이란 용어도 1990년대 후반에 등장했다. K드라마 붐을 이끌었다고 평가되는 <가을동화> <겨울연가> <대장금> 등도, K무비의 존재감을 알린 <살인의 추억>과 <올드보이>도 이 시기에 나왔다.

당시는 1987년 6월 항쟁으로 정치적 민주화가 찾아온 직후였다. 민주주의 온기가 사회 각 분야로 스며들면서 대중문화 산업도 혁명적 전환기를 맞았다. 민주주의가 낳은 표현의 자유는 인터넷 시대 개막을 발판 삼아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만개했다. 당시 K콘텐츠 진흥에 앞장선 민주주의자 김대중은 ‘한류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렇게 시동을 건 한류는 가속페달을 밟았다. 민주주의는 정권에 따라 부침을 겪었지만 큰 틀에서는 발전했다. 특히 ‘아래로부터의 민주화’ 유산은 대중문화에도 영향을 미쳐 K콘텐츠는 소재와 줄거리에 거침이 없었다. 예민한 사안이나 치부를 드러내는 데도 거리낌이 없다. 정치와 현대사를 다루는 데 주저함이 있는 다른 아시아 민주주의 국가들과 차별되는 지점이다.

그래서 한류는 있지만 화류(중류)는 없다. 중국은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C콘텐츠의 영향력은 미약하다. 민주와 자유가 없는 나라에서 세계인의 공감을 사는 콘텐츠는 나오기 힘들다. 민주주의를 버티게 하는 받침목은 경제발전이지만, 경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12·3 불법계엄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 이상이었다. 한국이라는 공동체의 강점을 기괴한 지도자 한 명이 일순간에 파괴하려 했다. 세계적 위상을 급락시킨 사건이었다. 이 또한 그 어떤 K콘텐츠보다 더 극적으로 극복했다. 앞뒤 재지 않고 많은 시민과 의원이 국회로 달려가, 비상계엄을 해제했다. 군경은 소극적 임무 수행으로 뜻을 같이했다.

훗날 그날의 이야기도 K팝, K드라마의 소재가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겨우 회복한 민주주의를 그 이상으로 가꾸며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당위이자 바람이다. 이는 더 많은 데몬 헌터스, 더 많은 오징어게임, 더 많은 기생충을 만드는 길이기도 하다. 한국의 강점은 민주주의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강병한 정치부장

강병한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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