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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왕, 안철수의 귀환

“그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을 위해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탕진하고 빈털터리가 되었다. 딸들에게 모든 걸 나누어주고 정처 없이 길을 떠나는 리어왕의 신세다.” 2022년 대통령 선거 때 제3의 길을 포기하고, 자기가 가지고 있던 사회적 자본을 윤석열에게 다 털어 넣고 방랑자가 된 안철수에 대한 안타까움의 표현이었다(정동칼럼 2024년 1월15일).

안철수가 이번엔 칼을 들고 돌아왔다. 국민의힘은 지금 ‘사망 선고 직전의 코마 상태’라고 하면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자리에 올랐다. 자연스럽게 그의 손으로 사람들의 시선이 모인다. 그가 들고 있는 것은 ‘골수까지 전이된 악성 종양’을 도려내는 수술용 메스다.

수술칼을 든 안철수의 뜻은 국민의힘이 신뢰받는 보수정당이 되기 위해 윤석열의 저지레 흔적을 모두 잘라내겠다는 것이다. 윤석열은 국민이 위임한 공적 권력을 사익을 위해 사용했다. 검찰을 동원해 이재명, 조국은 탈탈 털면서 김건희의 잘못은 끝까지 감쌌다. 국민을 두 쪽, 세 쪽으로 갈라놓고 서로 헐뜯게 했다. 비루한 말과 행동으로 공동체의 자존을 땅에 떨어뜨렸다. 불통과 독단으로 민주주의에 오물을 끼얹었다. 급기야 그는 불법 비상계엄이라는 자해 끝에 자신은 물론 보수 전체를 파멸의 늪으로 밀어 넣었다.

국민의힘이 혁신하려면 과거의 잘못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냉정한 자기 평가를 해야 하고, 보수정치를 오염시키는 기득권 청산을 해야 한다. 그리고 강성 보수층 중심의 노선에서 벗어나 수도권과 중도층, 청년층 민심을 되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당의 의식, 관행을 바꾸어야 한다. 실용적이고 유연한 정책 노선으로 민생, 주거, 교육 등 실질적 현안을 해결하는 정책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문제는 현재 국민의힘 시스템에서 이 같은 목표 실현이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낙관적이지 않다. 국민의힘은 이미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의 혁신안을 구겨서 버렸다. ‘김용태 혁신안’은 9월 전당대회 개최,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대선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당무 감사, 민심·당심 반영 절차 확립, 지방선거 100% 상향식 공천 등이었다. 이것은 명색이 비대위원장의 제안이었으며 최소한의 혁신안이었음에도 채택되지 못하고 사라졌다. 당내 주류 세력의 반발 때문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이 약해질 것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이런 정도도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 지금 국민의힘의 현실이라면 안철수 혁신위가 뭘 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 비대위원장을 이어받은 송언석 원내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에 대해 기존 당 주류와는 다른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긴 했다. 취임 기자회견에서 그는 “작년 12월3일 불법 비상계엄과 이로 인한 대통령 탄핵, 대선 패배까지 국민께 많은 실망을 안겨드렸다”고 공식적으로 사과하며,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불법’이라고 명확히 규정했다. 그는 “탄핵 파면에 이미 승복했고, 잘못한 것은 시인하고 사과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위촉하는 등 당 쇄신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그의 속내는 비대위에 탄핵 반대파와 ‘한남동 체포 저지’ 인물들이 채워지며 당 안팎의 비판이 나오자 ‘안철수 혁신위’를 통해 정면 돌파에 나선 것이라고 한다. 안철수 혁신위를 설치한 비대위 자체가 8월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관리형이라 혁신위 역할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상투적으로 나오는, 전권을 부여한다는 정치적 수사도 보이지 않는다. 활동 기간도 한 달 정도다. 안철수 혁신위는 당내 세력 기반도 없다. 혁신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인사들의 지지가 있다고 하나 이것이 조직적 힘은 아니다. 국민의힘 및 그 계열 정당의 주요 혁신 사례(2000년대 초 한나라당, 2012년 새누리당, 2020년 미래통합당, 2022~2023년 국민의힘)를 보면 혁신위가 든든한 세력 기반을 가지거나 강력한 혁신 리더가 존재할 때 성과가 있었고 그렇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었다.

사정이 이렇다면 ‘돌아온’ 안철수는 자신과 자신이 몸을 담고 있는 보수정당, 그리고 나라를 위해 중대 결단을 해야 할 것 같다. 윤석열의 계엄을 반대하고 탄핵을 찬성하는 것은 물론 그의 내란 행위를 엄벌하며 그에 동조한 일당들을 적극 색출해 불관용으로 처벌하자는 주장을 하고 그걸 위해 행동해야 한다. 윤석열과 분명하게 절연하고 내란을 조기 청산하는 것만이 보수정당의 신뢰 회복과 회생의 첫걸음이다. 그렇게 수술칼을 쓰지 않으면 정치인 안철수는 다시 리어왕의 신세가 되어 쓸쓸한 방랑의 길을 떠나게 될지 모른다.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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