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착수 18일 만에 직권남용 등 혐의…조사 중인 ‘외환죄’ 제외
이르면 8일 법원 영장심사…윤 측 “법리적으로 범죄 성립 안 돼”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가 6일 윤석열 전 대통령(사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이 수사에 착수한 지 18일, 윤 전 대통령 2차 소환조사가 끝난 지 17시간 만이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3월8일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석방된 지 넉 달 만에 다시 수감될 위기에 놓였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오후 5시20분 서울중앙지법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66쪽 분량의 영장 청구서에 적시된 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특수공무집행 방해, 대통령경호법 위반, 허위 공문서 작성,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공용서류등무효 등이다. 특검팀은 혐의가 중대하고 윤 전 대통령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공범들과 말 맞추기 등 증거인멸 우려가 높아 사전구속 요건을 갖췄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1차 집행 당시 경호처에 체포 저지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계엄 선포 나흘 뒤인 지난해 12월7일 경호처에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등의 비화폰 정보 삭제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이런 혐의는 지난달 24일 특검이 청구했다가 법원에서 기각된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에도 담겼다.
특검은 지난해 12월3일 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 때 윤 전 대통령이 일부 국무위원들만 소집해 연락을 받지 못한 국무위원들의 국정 심의권을 침해한 혐의를 추가했다. 계엄 선포 당시 국내외 언론에 정당성을 알리도록 해 대통령실 공보 담당 직원들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한다는 점도 적시했다. 계엄 선포문의 법률적 하자를 뒤늦게 인지하고 사후에 한덕수 전 국무총리,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서명이 들어간 선포문을 작성한 다음 파기하는 데 관여한 혐의도 추가했다.
외환 혐의는 포함되지 않았다. 박 특검보는 “외환은 조사가 진행 중이고, 조사할 양도 많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을 구속하면, 그가 무인기 평양 침투 등을 통해 북한의 무력대응을 유도한 의혹에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수사에 힘이 빠질 수도 있다.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르면 8일 열릴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혐의 사실에 대해 충실히 소명했고, 법리적으로도 범죄가 될 수 없음을 밝혔다”며 “법원에서 특검의 무리한 구속영장 청구임을 소명하겠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