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95.8%·서초 93.3%·강남 68.4%·마포 66.3% 등 거래 뚝
대출 규제 발표 이후 취소 사례 151건…주담대 신청도 반토막

집값, 잡을 수 있을까 6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한 아이가 아파트와 빌라가 빼곡하게 들어선 잠실 일대를 내려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정부가 수도권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까지 제한하는 고강도 대출 규제를 발표한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통상 주택 거래량 감소는 시세 하락의 전조가 되는 만큼 규제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서울지역 주택담보대출 신청액은 반토막 났다. 정부의 강력한 ‘대출 조이기’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6일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서울 25개 자치구의 아파트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방안이 발표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총 577건이 거래됐다. 이는 직전 일주일(6월20~26일)의 1629건보다 1052건(64.6%) 감소한 수치다.

실거래 신고 기한은 매매계약 후 1개월이어서 향후 통계상 거래량은 더 늘어날 수 있지만 추세적으로 볼 때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매수심리 위축에 따른 관망세가 관측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자치구별로 보면 규제 직전 상승폭이 컸던 강남 3구, 마포·용산·성동구 위주로 거래량 감소가 두드러졌다. 비교 기간 동안 송파구는 95.8%(24건→1건), 서초구는 93.3%(15건→1건), 강남구는 68.4%(76건→24건) 거래량이 줄었다. 마포구(86건→29건), 용산구(14건→11건), 성동구(93건→43건)도 각 66.3%, 21.4%, 53.8% 축소됐다.
상대적으로 거래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던 노원·도봉·강북구 등 서울 외곽지역의 거래량도 줄었다. 노원구는 58.0%(143건→60건), 도봉구 47.9%(48건→25건), 강북구는 28.6%(21건→15건) 감소했다.
동대문구의 공인중개사는 “매물에 관심을 보이던 손님이 대출을 알아보고 나선 연락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며 “당분간 거래가 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 취소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지난달 6일부터 이날까지 체결됐다가 취소된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중 계약 해제 사유 발생일이 대출 규제 발표일인 지난달 27일 이후인 사례는 총 151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약 77%인 116건의 계약이 대출 규제 발표 이전에 성사돼 규제와 무관하게 6억원 이상의 대출이 가능했다. 그런데도 계약 취소가 이어진 것은 대출 규제 발표가 집값 상승 기대를 꺾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집값이 계속 오를 것으로 보고 대출을 15억~20억원씩 무리하게 받은 일부 매수자들이 규제 시행으로 집값이 우하향으로 돌아설지 모른다고 우려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주담대 신청액이 급감했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의 대출 규제 발표 후 첫 주(6월30일~7월3일)에 은행권 서울지역 일평균 주담대 신청액은 3500억원대로, 직전 주(6월23~27일) 일평균 신청액(7400억원대)보다 52.7% 감소했다. 금융당국의 규제에다 은행들이 이전보다 소극적으로 주담대를 취급하는 것도 신청액이 줄어드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를 애초 계획 대비 50% 수준으로 낮췄다. 다만 주택 매매와 1~3개월가량의 시차가 발생하는 대출 ‘실행액’ 기준으로는 이달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