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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달 이란을 폭격해 이란의 군사력을 상당 부분 무력화하면서 중동 질서는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 회담을 재개하는 조건으로 가자지구 전쟁의 종식과 팔레스타인을 독립국으로 인정하는 '2국가 해법' 이행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이스라엘·이란 휴전을 성사시킨 후 이스라엘과 아랍국가의 관계 정상화 협정인 아브라함 협정 확대를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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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분쟁’ 후 중동 재편 열쇠 쥔 사우디, 카타르, 시리아

입력 2025.07.07 15:00

수정 2025.07.07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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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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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달 이란을 폭격해 이란의 군사력을 상당 부분 무력화하면서 중동 질서는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역내 세력균형의 한 축이었던 이란과 그 대리 세력은 약화했고 친미 아랍국가들이 새 질서의 전면에 나서게 됐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랍국가 중 최대 플레이어로 부상했고 카타르는 미국과 아랍을 연결하는 중재국으로서 위상을 굳혔다. 독재정권을 축출한 시리아는 미국 및 걸프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며 외교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중동 역내 평화’ 키 잡은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지난 5월13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사우디·미국 투자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지난 5월13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사우디·미국 투자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미국 주도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 전쟁 휴전 협상을 벌이는 상황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사우디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 회담을 재개하는 조건으로 가자지구 전쟁의 종식과 팔레스타인을 독립국으로 인정하는 ‘2국가 해법’ 이행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이스라엘·이란 휴전을 성사시킨 후 이스라엘과 아랍국가의 관계 정상화 협정인 아브라함 협정 확대를 꾀하고 있다. 2020년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수단, 모로코 간에 이 협정을 체결한 것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중동 정책의 최대 성과로 꼽힌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아브라함 협정 체결을 재추진하고 있다. 사우디는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 협의를 하다가 2023년 10월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하자 이를 중단했다. 이스라엘과 7일 정상회담 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보다 이른 지난 3일 백악관에서 사우디 국방장관인 칼리드 빈 살만 왕자를 만난 것도 사우디의 위상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이스라엘이 사우디와 하마스가 요구하는 영구 휴전과 2국가 해법에 명확한 지지를 표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이스라엘은 영구 휴전을 위한 협상을 지속한다는 요구를 포함한 하마스 측 휴전안을 거부했다.

영국 왕립 국제문제연구소의 브론웬 매독스 국장은 “대이스라엘 관계 정상화에 관한 사우디의 관심이 시들해지고 있다”며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돕겠다는 이스라엘의 공식 입장이 아직 나오지 않은 것이 그 이유”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이란 대신 중동의 새로운 위협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상황도 사우디가 선뜻 나서기 어려운 이유라고 봤다. 이탈리아 국제문제연구소 중동∙아프리카 담당 연구원 마리아 판타피는 “이스라엘이 이란을 해체한 후에 사우디가 성장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사우디는 역내 새 질서의 수혜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재자 입지 다진 카타르, 가자지구 휴전에서도 활약할까

지난 5월15일 카타르 도하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에서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왼쪽)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5월15일 카타르 도하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에서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왼쪽)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카타르는 이번 이스라엘·이란의 휴전 성사 과정에서 핵심 중재자로 활약해 주목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휴전 동의를 얻은 후 이란을 설득해달라고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에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J D 밴스 미 부통령이 카타르 총리실과 세부사항을 조율했고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알사니 카타르 총리 겸 외교장관이 이란과 통화해 휴전안에 동의하라고 설득했다.

카타르는 이란뿐만 아니라 탈레반과 하마스 등 반미∙반이스라엘 세력과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로서 중재국의 입지를 다져왔다. 카타르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직후인 2023년 11월 말부터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본격적으로 중재했으며 지난 1~3월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을 주도했다.

이스라엘·이란 휴전 이후 재개된 가자지구 휴전 협상에서도 카타르의 역할은 계속되고 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지난 3일 카타르의 중재자들이 도하에 주둔 중인 하마스 지도자들에게 개인 무기를 반납하라고 명령했다고 전했다. 이는 협상에서 이스라엘의 핵심 요구 중 하나인 하마스의 완전 무장 해제와 관련이 있는 조치로, 긴장감을 해소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더타임스는 “이는 가자지구 휴전 협상에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봤다.

제재 풀린 시리아, 광폭 외교 행보

지난 5월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회의에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과도정부 대통령이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5월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회의에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과도정부 대통령이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친이란 성향의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을 축출한 시리아 과도정부는 이란과는 거리를 두면서 걸프국가와 미국, 이스라엘에 손을 내밀며 운신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이번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과 관련해서도 아메드 알샤라 과도정부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대신 중립 기조를 유지했다.

반군 출신 알샤라 대통령이 군복을 벗고 정장을 입는 등 정상 국가로 나아가겠다는 신호를 발신하자 걸프 국가들도 시리아에 대한 지원과 투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4월 카타르와 사우디는 시리아의 세계은행 부채 1550만달러(약 210억원)를 상환했다. 바데르 알사이프 쿠웨이트대 역사학과 조교수는 “시리아가 걸프 지역 국가들을 통합하고 있다”며 “걸프 국가들이 시리아와 전면 협력하기로 빠르게 결정한 것은 외교 정책의 회복력과 유동성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지난달 30일 미국은 21년 만에 시리아에 대한 경제 제재 대부분을 공식 해제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순방 중 알샤라 대통령을 만나 “강인한 인물” “투사”라며 치켜세우기도 했다.

세계에 통합되기를 원하는 시리아는 아브라함 협정에도 가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특사인 톰 배럭 주튀르키예 미국대사는 지난 3일 시리아와 이스라엘이 미국을 통해 평화를 회복하기 위한 “의미 있는 회담”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교장관은 “이스라엘의 필수적인 안보 이익을 수호함과 동시에 이웃 나라인 시리아를 평화와 정상화의 고리에 추가하는 데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시리아 영토인 골란고원 문제가 해결돼야만 시리아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가 원활히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골란고원 문제와 관련해 이스라엘에 양보한다면 알샤라 정권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내부에서 불거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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