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지법 사태 49명 결심 공판
방화 시도 1명에 징역 5년 최대
피고들 “호기심 탓” 선처 호소
일부는 “자유 수호, 계엄 정당”
반성 없는 왜곡된 주장도 계속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됐던 지난 1월 19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폭력 사태가 발생해 바닥에 잔해가 남아있다. 문재원 기자
지난 1월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에 가담해 가장 먼저 기소됐던 피고인 49명에 대해 검찰이 최대 5년의 징역형을 구형했다. 이들 중 일부는 법정에서 “애국 청년이 자유수호를 외친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다른 피고인들은 “호기심 때문이었다”며 선처를 구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김우현)는 7일 서부지법 사태 피고인 49명에 대한 결심 공판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 2월10일 가장 먼저 기소된 시위자들이다.
이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진행된 지난해 1월18~19일 서부지법에 침입한 혐의(특수건조물침입) 등을 받는다. 기소된 총 63명 중 재판 초기에 혐의를 인정하고 증거 능력도 동의한 4명에 대해선 지난 5월16일 1심 선고가 나왔다. 앞서 검찰은 서부지법 앞에서 스크럼을 짜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차량을 둘러싸고 방해한 10명에 대해 징역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날 피고인들의 행위를 “법치주의와 사법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중대 범죄”로 규정했다. 이어 “집회·표현의 자유를 현저히 일탈한 행위로 도저히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일부 피고인들이 수사기관의 증거영상 등을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검증을 요구한 것 등에 대해선 “증거 능력을 다투는 과정에서 경찰 등 다른 기관에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해 반성을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날 49명 중 15명에게는 징역 1년을, 10명에게는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15명에게는 징역 2년을, 3명에게는 징역 2년6개월을 구형했다. 이 밖에 징역 5년 1명, 징역 4년 2명, 징역 3년을 구형받은 피고인은 3명이었다.
징역 5년으로 가장 높은 형량을 구형받은 심모씨는 서부지법 건물 내로 침입한 혐의 등과 함께 깨진 창문 안으로 기름을 붓고, 불이 붙은 종이를 던졌지만 미수에 그친 혐의(현조건조물 방화미수)도 받는다. 검찰은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 특임전도사 이모씨에 대해서도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이씨는 서부지법 7층까지 진입해 판사실을 발로 차서 열고 들어간 등의 혐의(특수건조물침입 등)를 받는다.
이날 다수의 피고인은 직접 마이크를 잡고 재판부에 용서를 구하며 ‘호기심’ 때문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징역 1년을 구형받은 조모씨는 “후문이 이미 열린 뒤에 현장에 도착했고, 호기심에 사진을 찍다가 체포될 때까지 어떤 것도 파손하지 않았고 법원 청사에도 들어가지 않았다”며 “경솔한 행동으로 피해를 본 판사와 법원 관계자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피고인들은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거나, 윤 전 대통령의 불법계엄 선포가 정당하다고 항변했다. 징역 1년6개월을 구형받은 전모씨는 “서부지법이 우리법연구회 판사에 의해 장악됐다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징역 4년을 구형받은 강모씨의 변호인 김판봉 변호사는 “계엄 선포 당시 거대 야당의 예산 대폭 삭감과 30여명 정부 각료 탄핵으로 국가 시스템이 마비됐었다”며 “애국청년 강씨가 자유 대한민국 수호를 외쳤다는 것을 헤아려달라”고 말했다.
검찰은 서부지법 사태를 촬영하다가 특수건조물 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윤석 감독에 대해서도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다큐멘터리 감독인 정씨는 용산 참사,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등을 기록해왔다. 정씨는 이날 최후 변론에서 “20년간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살아오면서 기록자이자 예술가로 진실과 상처를 마주해왔다”며 “서부지법에 들어간 것도 침입이 아닌 정당한 취재”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