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33도 이상 폭염 상황에서 일할 때 노동자에게 2시간 이내 20분의 휴게시간을 의무적으로 부여하는 방안을 다시 추진한다. 매일 폭염 기록을 경신하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 조치를 미룰 수 없다는 이유다.
8일 취재를 종합하면, 노동부는 규개위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 있는 ‘20분 이상 휴식 의무화 조항’을 재검토하라고 권고한 것에 대해 재심사를 요청하기로 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폭염이 심해지고 있어 재심사를 요청해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면서 지난달 1일부터 ‘체감온도 33도 이상인 작업 장소에서 폭염 작업을 하는 경우 매 2시간 이내에 20분 이상의 휴식을 제공해야 한다’는 규칙 개정안이 시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규개위는 지난 4~5월 심의에서 이 조항의 철회가 필요하다고 노동부에 재검토를 권고했다. 사업주가 이 조항을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이 조항을 위반해 노동자가 사망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는데 이런 제재가 영세·중소 사업장에 부담을 준다는 취지였다. 규개위 규제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법령은 시행될 수 없어 안전보건규칙은 개정 자체가 무산됐다.
노동부가 규개위에 재심사 요청을 했지만 실제로 심사가 다시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 규개위 규제심사에서 같은 안건을 세 번 심의한 사례가 없어서다. 규개위 다음 회의는 11일이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폭염 속 노동자 다 죽이는 규제개혁위원회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규제개혁위원회는 2시간 작업 20분 휴식을 보장하는 조항의 철회를 요구했다. 김창길 기자
규칙 개정 무산 이후 노동부는 사업장에 ‘체감온도 33도 이상 폭염 작업 시 2시간 이내 20분 이상 휴식’ 등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사업장을 지도해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을 예방하겠다고 했지만 폭염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사망 사고를 막지는 못했다.
전날 경북 구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일하던 20대 외국인 노동자가 숨졌다. 전일 구미 낮 최고 기온은 35도였는데 발견된 노동자의 체온은 40도에 달했다. 지난 6일 오전에도 인천 계양구의 한 도로 맨홀 아래 오수관에서 측량작업을 하던 50대 작업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유독가스 질식에 의한 사고로 추정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더위도 재해이며 예방할 수 있는 죽음이었다”라며 “폭염 속에서도 기본적인 안전조치조차 지켜지지 않는 열악한 노동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했다.
이들은 “현재 노동부는 폭염 관련 사업주 예방조치를 ‘지도 권고’ 수준에 멈췄다”며 “만약 법적인 강제 조항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해당 노동자들은 2시간마다 20분씩 휴식을 취하는 등 최소한의 안전 조치를 보장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규개위는 ‘기업 부담’을 운운하며 규칙 개정안을 가로막았다. 사람의 생명보다 규제 완화를 우선시한 결과 노동자들은 폭염 속에서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다”며 “노동부는 2시간 작업 후 20분 휴식을 포함한 폭염 대응 규칙 개정을 즉각 추진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