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서 여름으로 넘어오는 동안 서울시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하는 전원생활교육과 귀농귀촌종합센터에서 수탁운영하는 귀농귀촌교육 기본공통과정, 일종의 ‘생활형 농촌 교육’을 연이어 받았다.
경제활동의 토대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편리한 생활·문화 인프라와 촘촘한 사회적 연결감 등 도시를 쉬이 떠날 수 없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전업 귀농으로 삶을 전환하려는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자그마하더라도 텃밭과 정원을 가꿀 수 있는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길 바라고, 그 속에서 거둔 것들로 밥상을 차려내는 생활을 그린 지 제법 오래다.
내가 그리는 그 풍경에 적합한 사람일지, 당장은 좀 부족해도 충분히 적응할 수 있을지, 무엇부터 어떻게 준비하면 될지 공부가 필요할 것 같아 서울에서 받을 수 있는 귀농·귀촌 교육 프로그램을 찾았다. 끝내 이루지 못하더라도 모색은 해보고 싶었다.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검색됐지만 대부분 평일 주간에 진행돼 선택의 폭은 몹시 좁았다. 시간 활용이 자유롭지 않다면 참여 자체가 어려운 구조. 확실히 교육장 안에는 이제 막 퇴직했거나 퇴직을 앞둔 50~60대 중장년층 비중이 높았다.
‘귀촌’에 방점을 찍은 전원생활교육은 농업 기초지식을 익힌 다음 텃밭 실습과 근교 농장 견학으로 이어지는 5일 과정이었다. 내겐 교육 자체보단 함께한 교육생들의 면면이 인상적이었다. 우리 조에는 대기업 임원, 은행원, 교수 등 사회적으로 탄탄한 이력을 쌓은 이들이 많았다. 그런데 하나같이 자연의 일에는 어찌나 어리숙한지 상추 모종을 심는 간단한 밭일에도 모두 어린아이가 됐다.
그 사이에서 기분이 묘해졌다. ‘삶이란 무엇으로 영그는 걸까?’ 사회적 성공이 삶의 깊이를 보여주는 건 아니라는 것, 삶의 또 다른 출발점에 서기 위해선 다시 어린아이로 돌아갈 수 있을 만큼의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동시에 감지했기 때문일 거다.
이틀간 진행된 귀농귀촌교육 기본공통과정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이 과정엔 본격적으로 ‘귀농’을 계획하는 이들이 많았다. 교육도 지역과 품목 선택, 지원 정책, 자금 마련 등 정착에 필요한 보다 더 현실적인 정보와 조언이 주를 이뤘다. 취지와 교육 구성 자체는 나무랄 데가 없었는데 기분이 개운치만은 않았다. “이 작물은 절대 하지 마시라, 돈 안 된다” “이런 지원 제도가 있는데 모르면 손해다” 등의 이야기가 이어졌고, 수강생들 역시 자신에게 해당하는 조건을 바탕으로 부지런히 질문을 쏟았다.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솔깃하지 않은 것은 ‘나는 돈이 되는 작물을 키우고 싶은 걸까?’ ‘정착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괜찮은 걸까?’ ‘손해 보지 않기 위한 전략과 정보로 설계된 귀농·귀촌이 나에게 맞는 옷일까?’ 싶어서였다.
강사진 중엔 귀농 선배도 있었고, 농업 관련 기관의 현직자와 그 출신 전문가들도 있었다. 시행착오 없이 농촌 사회에 잘 정착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네들의 노하우와 식견을 공유했을 거다. 더불어 사람 귀한 농촌도 살리고. 그럼에도 귀농귀촌에 성공할 수 있다는 그 숱한 전략으로 우리가 무엇을 얼마나 더 얻을 수 있을까 싶었다. 내가 지나치게 감성적인 걸까? 나 역시 농촌에서도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없다면 삶이 안정될 수 없다는 걸 안다.
귀농·귀촌은 단순히 도시를 떠나는 일이 아니다. 일상의 풍경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감각을 바꾸는 일이고, 삶의 방식을 조율하는 일이자 관계를 새로 맺는 일이다. 그렇기에 정말 중요한 건 전략보다 질문이라 믿는다. ‘나는 왜 귀농·귀촌에 관심을 두게 되었는가’ ‘도대체 왜 이 방향으로 계속해서 더듬이를 세우는가’ 이 감각을 잃지 않는다면, 아직은 설익은 것 같은 삶이 조금 더 맛있게 무르익을 수 있을 거라고.
두 수업을 연이어 들은 건 다행한 일이지 싶다. 하나는 서툴러도 괜찮다는 위안 속에서 내가 진짜 원하는 생활이 무언지 되짚게 했고, 다른 하나는 삶의 구조를 다시 짜야 할지도 모를 선택이 헛되지 않도록 필요한 현실 감각을 덧붙여 준 것 같아서. 그렇게 다시 귀농·귀촌 교육 사이트에 접속한다. 뭘 더 배워볼까.
서진영 <로컬 씨, 어디에 사세요?>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