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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외교의 성공 요건

입력 2025.07.09 20:53

수정 2025.07.10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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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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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는 국제질서의 성격과 각국 외교 방식에 충격적이고도 노골적인 변화를 주고 있다. 대다수 약소국은 국익을 극대화하는 외교를 선호해왔지만, 더 강력해진 각자도생 환경에서는 강대국이 아닌 이상 실용(實用)외교가 최선의 외교일 수 있다. 한국의 이재명 정부도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전면에 내세우고 이를 헤쳐나가려 한다. 이 대통령은 강대국 스트롱맨들에 밀리지도 않겠지만 국익을 위해서라면 가랑이 밑도 기겠다고 했다.

냉전 시기 공산권 국가들과의 최전선 지정학적 위치와 미국과의 군사동맹은 한국의 실용외교를 위축시켰으나, 건국 이후 대부분 정부는 이념과 진영에 상관없이 실용외교를 해왔다. 이념을 넘어 외부 변화에 유연하거나 실리와 명분이 일치될 경우 실용외교는 성공했다.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이나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파병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이에 해당한다. 전략적으로 오판하거나 양다리로 보일 경우, 과도하게 이념적이거나 실리만 추구할 경우엔 실패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톈안먼 망루까지 올랐으나 사드 눈치 보기로 최악의 한·중관계를 만들었다. 윤석열 정부 시기 ‘이념’외교는 국격과 국익을 모두 잃은 실용(失用)외교였다.

실용주의 외교와 실용외교는 차이가 있는데, 한국 외교는 19세기 후반 미국에서 시작된 철학 사조인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외교는 아니다. 정확하게는 국익을 달성하기 위한 유연한 수단이나 방법론 차원에서의 외교였다. 어쩌면 실용외교는 우리의 당연한 현실적 선택이다. 그러나 비록 강대국은 아닐지라도 만약 한국 같은 중견 강국이 실용만을 내세운다면 득보다 실이 많다. 우리의 위상과 국제사회의 기대를 스스로 부정하게 되고 강대국을 의식하는 소극적 외교에 머물 수 있다. 이 때문에 신정부의 외교는 몇가지 추가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

첫째, 국익 중심이면서도 한국적 가치와 적절히 배합한다. 한국 외교는 역량이 부족했다기보다 한국만의 정체성과 국격에 부합하는 가치와 전략이 부재했다. 신정부 외교는 실리, 실익을 추구하면서도 외교 철학과 비전을 결합한 국격을 갖추어야 한다. 둘째, 국제사회에서 한국 외교의 자체 공간과 역할을 찾는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영향력이 점증하는 상황에서 신정부 외교는 블루오션 이슈와 영역을 찾아야 한다. 민주화, 산업화에 성공한 모델로서 한국의 국위와 국력에 부합하는 글로벌 공공재 제공과 역할을 찾아야 한다. 셋째, 한국적 실용외교의 체계를 이론화한다. 안보 환경 변화로 정책의 변경이 필요할 경우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논리와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외교적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눈치 보기로, 타산적으로, 기회주의로 비칠 수 있다.

국내적 컨센서스는 실용외교의 정통성과 정당성과도 직결된다. 실용외교는 이념과 진영에 구애받지 않는 중도 외교이기 때문에 모두의 지지를 받을 수도 있지만 모두의 비판을 받기도 쉽다. 초당적으로 국익을 정의하고 상대를 설득하는 정치적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 설득 과정은 실용외교의 중요한 부분이다.

신정부가 출범한 지 몇주 만에 한국 사회 전반이 분위기를 일신하고 국제사회에 새로운 이미지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만큼 역동성의 신동력, 실천하는 행동력, 마음을 움직이는 심동력의 외교 가능성을 본다. 이번 정부에서 한국형 외교를 정립했으면 한다. 즉 명확성, 유연성, 모호성, 자율성이 아닌 전략적 안정성 외교다. 물 흐르듯 막힘없는 상선약수(上善若水)의 전술적 유연성 외교이다. 매번 기계적으로 5 대 5 균형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안과 상황에 따라 최종적으로 균형을 맞추는 중장기 평형성 외교다. 강약을 잘 조율하고, 눈앞의 이익이 아니라 국익을 길게 멀리 보는 천리안의 한국형 실용외교가 국제사회 외교 신모델로 거듭났으면 한다.

다소 아쉬운 부분은 작명이다. 국익 중심 실용외교라 부르면 이해하기도 기억하기도 쉽다. 실용이 정답이지만, 굳이 드러낼 필요까지는 없다. 국제사회의 많은 나라도 실용외교를 하고 있어 한국만의 외교는 아니다. 고유명사라기보다는 보통명사다. 대통령도 국제사회에 다양한 역할과 기여 의지를 이미 밝히고 있는 만큼 가능하면 국정기획위원회의 활동이 마무리될 때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부제로 달되 신정부 외교의 철학과 비전, 명분과 원칙, 방향과 특성을 모두 담아낸 외교정책명을 발표했으면 한다. 국격과 국익 중심 실용외교가 나아갈 방향이다. 올해가 한국형 실용외교를 확립하는 원년이 됐으면 한다.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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