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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자기만의 방식으로 문학의 한 터전을 일궈내는 이들을 만나 왜 문학을 하는지 듣는다.

그는 "졸업 후 진로를 고민할 때 친구에게 존 버닝햄의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를 선물로 받았는데, 그림이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랐다"며 "이후 혼자 더미북을 만들어서 출판사 찾아다녔던 것이 계기가 돼 20년 넘게 작가로 살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 <불안>이라는 작품을 썼는데, 이상하게 출판이 잘 안됐다. 작가로서 딱 그 당시에 하고 싶은 얘기가 담긴 책이었기에 직접 출판사를 차리고 책을 내자고 생각했다"며 "서울과 가깝고 고향이기도 해 춘천에 자리 잡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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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아이부터 어른까지 추억과 낭만을 부르는 문학”

입력 2025.07.10 16:01

수정 2025.07.10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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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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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재치와 따뜻함을 담아 ‘핑거’

자기만의 방식으로 문학의 한 터전을 일궈내는 이들을 만나 왜 문학을 하는지 듣는다.

핑거 출판사 조미자 대표. 본인 제공

핑거 출판사 조미자 대표. 본인 제공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그림책 시상식 볼로냐 라가치상에서 올해 한국 작가의 그림책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이 대상을 받았다. 신인 작가의 첫 작품에 수여하는 오페라 프리마 부문에서인데, 국내 작품이 이 부문 대상을 받은 건 처음이다. 작가 못지않게 출판사도 주목받았다. 강원도 춘천의 소규모 그림책 전문 출판사 핑거가 주인공이다. 본인 역시 20년 넘게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며 책을 내오고 있는 조미자 핑커 대표를 지난 2일 유선으로 만났다.

지난 3월 조 대표는 진주·가희 작가와 함께 시상식 참석을 위해 이탈리아 볼로냐로 향했다. 아동 도서전이라 소박한 분위기가 예상될 수 있지만, 서울국제도서전보다 몇 배는 큰 규모로 꽤 활기 넘치게 운영되는 모습이었다.

“세계 70개국 1000개 이상의 출판사가 참여하는 큰 규모의 도서전이에요. 시상식은 팔라조 레 엔조라는 궁전에서 열렸는데, 현대적인 음악과 보랏빛 조명이 가득해 힙한 느낌이 들었어요. 도서전 기간 시내 서점에서 당선작을 판매한다고 해서 50권을 가져갔는데 이틀 만에 다 팔렸어요.”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은 전통적으로 그림책을 상상하면 떠오르는 느낌의 책은 아니다.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기반으로 독특한 타이포그래피를 얹었다. 형식은 낯설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꽤 한국적이고 감성적이다. 낡은 장판, 자개장, 시골의 버스 정류장 등 한국적인 소재가 등장하고 이를 배경으로 두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이 따뜻하게 담겼다.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 중 한 장면. 핑거 출판사.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 중 한 장면. 핑거 출판사.

책은 볼로냐 도서전 기간 프랑스 출판사와 판권 계약을 마쳤다. 지난달 서울국제도서전 때도 해외 10 개국 출판사들과 미팅했고 현재 판권 계약 과정에 있다. 작품을 원작으로하는 어린이 뮤지컬도 국내에서 제작 진행 중이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한 조 대표는 자신도 약 30권의 창작 그림책을 낸 중견 작가다. 그는 “졸업 후 진로를 고민할 때 친구에게 존 버닝햄의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를 선물로 받았는데, 그림이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랐다”며 “이후 혼자 더미북(견본)을 만들어서 출판사 찾아다녔던 것이 계기가 돼 20년 넘게 작가로 살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2019년 출판사를 차렸다. 조 대표는 “<불안>이라는 작품을 썼는데, 이상하게 출판이 잘 안됐다. 작가로서 딱 그 당시에 하고 싶은 얘기가 담긴 책이었기에 직접 출판사를 차리고 책을 내자고 생각했다”며 “서울과 가깝고 고향이기도 해 춘천에 자리 잡았다”고 했다.

그림책 <불안>의 한 장면. 핑거 출판사 제공

그림책 <불안>의 한 장면. 핑거 출판사 제공

그는 “‘불안’은 혼자 자는 걸 무서워했던 둘째 아이의 실제 경험담을 담은 책이다. 불안이라는 감정이 결국 우리 모두에게 존재한다는 걸 말하는데, 아이뿐만 아니라 전 연령대가 다 읽기 좋은 작품”이라고 했다. ‘핑거 그림책’ 1번 타이틀을 달고 나온 책은 지금까지 출판사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이 됐다. 또 다른 시리즈인 ‘나의 수수바’는 조 대표를 투영한 캐릭터 ‘수수바’가 자연과 함께 성장하며 풀어내는 이야기들이 수채화로 표현된 그림에 아름답게 담겼다.

그림책 시장의 전통적 강국은 영국이나 프랑스, 미국 등이 꼽힌다. 최근엔 폴란드나 포르투갈에서 발표되는 새로운 감성의 책들이 주목받는다. 한국 그림책 시장 역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조 대표는 “국내도 작가군이 다양해지고 작가를 따르는 독자층도 두터워지고 있다. 그림책 시장이 자리를 잡아가는 듯 보인다”며 “그림책은 상품과 예술의 속성을 함께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둘 사이에서의 균형감 있는 인식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그림책이 너무 많으니 ‘뭐가 정말 좋은 책일까’ 혼자 고민한다. 그림책은 간결한 글과 그림으로 아이부터 어른까지 추억과 낭만을 느끼게 하는 문학의 장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슬프면 울고, 기쁘면 웃는다. 그런 아이들처럼 낭만과 도전, 심플함이 있는 그림책을 만들고 출간하고 싶다.”

▼핑거가 출판한 책

<불안>, <네가 자라면>, <수수바의 여름 마당에서> 표지(왼쪽부터)

<불안>, <네가 자라면>, <수수바의 여름 마당에서> 표지(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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