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한 관계의 폭력’ 피해
경찰청 관련 통계 첫 발표
지난해 여성을 대상으로 한 살인 죄종 사건(살인·살인미수 등) 피해자의 30%가 범행 전 가해자로부터 가정폭력, 교제폭력, 스토킹 등 ‘친밀한 관계에의 폭력’ 피해를 당했다는 경찰 통계가 처음으로 나왔다.
경찰청은 10일 발간한 ‘2024 사회적 약자 보호 주요 경찰 활동’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그래픽| 이아름기자
보고서를 보면 2024년 살인 죄종 범죄 피해 여성 333명 중 여성폭력 피해 이력이 있는 피해자는 108명(32.4%)에 달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살인범죄, 일명 ‘페미사이드’ 사건의 30% 이상에서 선행 여성폭력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2024년 전체 살인 죄종 사건 중 여성 피해자는 333명(43.4%)으로 남성 피해자 435명(56.6%)보다 적었다. 그러나 남성 피해자의 경우 과거 가정폭력·교제폭력 등 경험이 있는 경우는 42명(9.7%)에 그쳤다.
2024년 11월 25일 세계여성폭추방의 날을 맞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 192켤레의 신발이 놓여 있다. 지난해 동안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과 주변인 192명을 상징하는 여성단체 한국여성의전화의 퍼포먼스다. 김창길 기자
여성 피해자들이 살인사건 전 겪은 여성폭력의 세부 유형은 가정폭력(55.6%), 교제폭력(31.5%), 스토킹(11.1%), 성폭력(1.9%) 등 순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가해가 ‘친밀한 관계’에 있는 가해자에 의해 발생한 것이다. 경찰은 보고서에서 “살해로 이어진 여성 폭력의 절반 이상이 가정폭력임이 특징적”이라고 분석했다.
통계는 페미사이드 범죄가 일어나기 전 피해자 상대 여성폭력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여성폭력이 사회구조적 폭력의 일환이며, 여성폭력이 더 심각한 범죄로 확대돼 이어지기 쉽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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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통계가 확인되면서 수사기관이 여성 폭력 사건의 초기 대응 과정에서부터 범죄 심각성을 명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폭력을 신고한 피해자가 다른 범죄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초동 대처를 강화하는 등 선제적 대응 필요성도 제기된다.
경찰청은 보고서에서 “여성 살해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관련 통계를 명확히 파악할 필요가 제기됐다”며 “이에 2023년부터 여성살해 사건 전 여성폭력 피해 여부를 별도 집계하기 시작했다”고 이번 통계 발표의 배경을 밝혔다.
▼ 김태욱 기자 wook@kha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