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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병원은 팝업스토어가 아니다

입력 2025.07.13 21:03

수정 2025.07.13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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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말, 대한의사협회는 정례 브리핑을 통해 진보당 전종덕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가재정법’과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한 비판 의견을 내놓았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지방의료원 신·증축 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지방의료원이 재난이나 감염병 대응 같은 공적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에 대해 국가가 보전해주자는 것이었다.

의사협회는 이러한 조치가 재정 낭비를 가져오며, 민간 의료기관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지방의료원이 전체 지역사회 의료체계를 지원하고 강화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진료 기능을 확장함으로써 민간병원과의 경쟁이 격화되고 그로 인해 “지방 의료를 지탱하는 많은 민간 의료기관의 도태를 불러오고 보편적 의료 제공을 오히려 약화”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공병원은 “응급·감염병 관리를 전담”하고 민간병원은 “현재의 진료 기능에 보다 집중”하도록 역할을 분담하고 지원하자고 했다. 또한 공공병원 지원은 “응급실 가동률이나 민간 의료기관에서 적절히 치료하기 어려운 질환군이나 환자들에 대한 진료 실적” 등 공익적 수행 역량과 실적에 대한 평가에 기초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런 역할 분담이 현실에서 가능할까? 평소에 최소한의 진료 기능, 의료체계를 지원하는(?) 기능만 유지하고 있다가 필요할 때 팝업스토어처럼 ‘짠’하고 나타나서 응급의료, 감염병 진료 서비스를 척척 제공할 수 있을까? 이런 병원은 공공이든 민간이든 존재할 수 없다.

응급의료는 공터에 응급의학 전문의들을 모아놓는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다. 응급실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여러 배후 진료과의 진료 역량이 갖춰져야 하고 다양한 의료진 사이의 협력과 신뢰가 구축돼 있어야 한다. 감염병 대응 또한 감염내과 전문의와 전담병원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위중한 감염병 환자를 치료하려면 중환자실 시설 장비와 전문인력이 필요하고, 감염병 환자 중에는 당연히 고혈압, 당뇨, 심장병, 암에 걸린 사람도 있고 분만이나 응급 수술, 신장 투석이 필요한 이들도 있다. 종합적 진료 역량 없이, 평소에 여러 환자와 질환군에 대한 충분한 경험 없이 감염병‘만’ 잘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은 없다. 게다가 장기간 코로나19 환자 진료에만 전념했던 지방의료원들은 지역 환자들이 떠나고 의료진도 속속 이탈하면서 아직도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지 않은가.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원칙은 보건의료 분야에서도 중요하다. 하지만 한 가지 특수한 제약 조건이 존재한다. 바로 사람이 이용하는 서비스라는 점이다. 휴대전화 생산과 비교해보자. 배터리, 디스플레이, 메모리, 프로세서, 오디오, 전파 송수신 장치, 케이스 등 하나의 제품에 수많은 부품과 기술이 필요하다. 이들은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전 세계 방방곡곡,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생산, 조립돼 완제품으로 탄생한다. 의료 서비스는 이것이 불가능하다. 한 명의 환자가 가진 문제를 부위와 질환별로 쪼개서 전국 방방곡곡, 효율성이 가장 높은 병원에서 각각 치료한 후 모아서 다시 조립할 수는 없다. 주민들의 생활권 내에 포괄적인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괜찮은’ 병원이 필요한 이유다.

물론 공공병원만이 이 역할을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국가는 오랫동안 ‘보이지 않는 시장의 손’에 의료체계를 맡겨놓았고, 그 결과는 오늘날의 극심한 지역 간 의료격차다. 공공병원은 이를 교정하는 국가의 정책 수단 중 하나이며, ‘시장으로서 매력적이지 않은 지역, 교란시킬 시장조차 존재하지 않는 지역’ 주민의 의료보장을 위한 ‘최후의 보루’에 다름 아니다. 민간병원이 하지 않는 ‘나머지’만 공공병원이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은 효율성의 극대화를 강조하지만, 의료체계가 추구하는 가치에는 효율과 더불어 형평이 존재한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장·예방의학 전문의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장·예방의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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