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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 야당 같은 여가부이길

입력 2025.07.13 21:05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한 대통령 파면의 교훈은 모두 ‘제자리’를 찾는 이때 되새김직하다. 1995년 베이징 유엔 세계여성대회 성 주류화 채택에 따른 한국의 2001년 여성부 신설은 유엔의 성평등 확산 의지에 대한 동참 약속이다. 국가의 약속을 깨려던 그 공약은 그러므로 ‘틀렸다’. 현재 여가부의 확대·개편이 논의 중이라니 반갑기만 하다.

2001년 여성부는 페미니즘을 중심에 두지 않았다. 그러나 누가 장관이 되든, 2025년 여가부는 페미니즘에 입각한 부처임을 명시하고, 그간 인터넷 게임 셧다운 등 이해 불가한 수많은 결정은 페미니즘을 포기했기에 나온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 무지한 정치인들이 페미나치로 페미니스트를 멸칭한 지 오래고, 페미니즘이 왜곡돼 일부 남성들의 여성혐오 동기가 된 지도 꽤 됐다. 그러니 제한된 지면 위 짧은 페미니즘 소개에도 ‘악플’이 따를 테지만, 기사회생한 여가부가 유엔에 약속했듯 한국 사회 성평등 확산을 위해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페미니즘 정치를 해야겠기에 시도하려 한다.

페미니즘은 백인, 이성애자, 남성, 비장애인, 대졸자 등 자신을 일반이나 표준으로 ‘착각’한 이들이 당연한 듯 누리는 권리, 권한을 제도와 문화 개선으로 다른 이들과 나눠야 한다는 믿음을 근간으로 한다. 그 믿음은 백인, 이성애, 비장애, 남성이 아니어도, 고등교육을 못 받았어도 지구촌에서 일터, 학교, 집, 어디에서도 모두 존중받는 삶을 지향한다. 이 지향은 페미니즘 수업에서 종종 “오늘 우리에게 맛난 학식을 제공한 분들은 편히 앉아 늦은 점심이라도 드셨을까요?”처럼 일상적 상상력을 요구하는 질문으로 표현된다. 답하는 과정은 누가 누구 덕분에 무난한 일상을 꾸리는지에 관한 ‘가려진 진실’로 ‘공존 감각’을 깨우며 페미니즘을 배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미등록 이주민을 내쫓는 미국의 현재는 아프리카에서의 불법 노예제와 남미, 아시아 이주민의 저임금 노동이 없다면 불가능했다. 팬데믹을 겪으며, ‘필수 노동자’는 냉난방 완벽한 사무실 속 엘리트가 아니라 냉난방 없는 환경에서도 청소, 택배, 조리노동 등으로 다른 이들의 일상을 ‘정상’으로 유지해준 이들이었음이 드러났다.

이렇듯 가려진 누군가를 드러내 진실을 ‘다시 쓰는’ 페미니스트 정치는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위해 ‘공존’이라는 존재론적 합리성을 추구하지만, 이들을 저임금으로 차별하고 배제하는 기득권 정치는 당장의 ‘가성비’를 위해 경제적 합리성을 좇는다.

존재론적 합리성과 경제적 합리성은 이처럼 불화하는 ‘다른’ 세계관이다. 그러니 여가부는 가성비 높여 ‘효율적’으로 일할 정부 내 많은 부처와 달리, 그 효율이 누군가를 차별하고 누군가와의 공존을 외면했기에 이룬 것은 아닌지 질문해야 한다.

또한 질문으로 ‘소란’ 피우는 정부 내 야당 역할이 여가부의 존재 이유임을 사회에 설득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소란을 못 견뎌 계엄으로 ‘음소거’ 하다 넘어진 전 정부의 아둔함을 교훈 삼아, 여가부의 ‘공존을 향한 소음’에 귀를 열어둬야 한다. 정부와 여당이 그 소음을 현명하게 조절할 수 있을 때 여가부도 정권도 성공한다. 불사조 여가부 파이팅!

나임윤경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나임윤경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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