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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우리가 버린 폐지, 폐플라스틱 등 쓰레기는 결국 어디로 향할까요?

오늘 점선면은 선진국이 쓰레기를 자국에서 처리하지 않고 개도국으로 보내는 '쓰레기 식민주의'를 다룬 경향신문 기획 기사 '마당 위의 플라스틱'을 독자님들께 소개합니다.

오경민 경향신문 기자가 찾은 인도네시아의 한 마을에서는 집집마다 마당 앞에 '쓰레기 언덕'이 쌓여 있었다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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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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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쓰레기에 한 마을이 잠겼다

입력 2025.07.14 07:00

  • 유설희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지난 4월2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티무르 말랑의 감핑안 마을에서 한 여성이 아이와 함께 집 앞을 걷고 있다. 오경민 기자

지난 4월2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티무르 말랑의 감핑안 마을에서 한 여성이 아이와 함께 집 앞을 걷고 있다. 오경민 기자

우리가 버린 폐지, 폐플라스틱 등 쓰레기는 결국 어디로 향할까요? 오늘 점선면은 선진국이 쓰레기를 자국에서 처리하지 않고 개도국으로 보내는 ‘쓰레기 식민주의’를 다룬 경향신문 기획 기사 ‘마당 위의 플라스틱’을 독자님들께 소개합니다. 오경민 경향신문 기자가 찾은 인도네시아의 한 마을에서는 집집마다 마당 앞에 ‘쓰레기 언덕’이 쌓여 있었다는데요. 대체 어떻게 된 걸까요? 인도네시아 자와티무르주(州) 말랑에 위치한 감핑안 마을로 함께 떠나보시죠.

선진국 쓰레기는 개도국으로 흐른다

2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도시 말랑의 제지 공장 인근 마을을 뒤덮은 플라스틱 쓰레기 속에서 기자가 ‘신라면 볶음면 치즈맛’ 스프를 발견했다. 신라면 볶음면 치즈맛은 농심이 일본에서만 파는 제품이다. 오경민 기자

2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도시 말랑의 제지 공장 인근 마을을 뒤덮은 플라스틱 쓰레기 속에서 기자가 ‘신라면 볶음면 치즈맛’ 스프를 발견했다. 신라면 볶음면 치즈맛은 농심이 일본에서만 파는 제품이다. 오경민 기자

오 기자가 지난 4월25일 현지 환경단체 에코톤(Ecoton)과 함께 찾은 감핑안 마을. 집마다 쓰레기가 사람 허리 높이까지 쌓여있었습니다. 한 집 앞에서는 ‘신라면 볶음면 치즈맛’ 스프 봉지도 발견됐어요. 신라면 볶음면 치즈맛은 농심이 일본에서만 판매하는 제품입니다. 이 밖에도 호주에서 온 땅콩 포장재, 캐나다 로컬 마트의 유기농 크랜베리 봉지, 유럽 강아지 간식 봉투, 네덜란드 세탁세제 껍데기, 대만의 고양이 사료 봉지까지 다양한 나라의 쓰레기가 마을 곳곳에서 발견됐어요.

다국적 쓰레기가 작은 마을로 흘러들어온 사연은 이렇습니다. 마을 바로 옆엔 전 세계에서 수입한 폐지를 재활용해 종이를 만드는 큰 공장이 있습니다. 수입한 폐지에는 플라스틱을 포함한 다양한 이물질이 섞여 있죠. 공장은 내부 공정을 통해 커다란 종이들을 솎아내고, 나머지 쓰레기는 파쇄해 이곳 주민들에 팔았던 겁니다. 주민들은 매주 쓰레기를 한 집마다 한 트럭씩 사들입니다. 주민들은 맨손으로 공장의 세척 과정으로 젖은 쓰레기에서 종이를 떼어낸 뒤 말려서 제지 공장에 되팝니다.

쓰레기와 함께 살고 쓰레기를 맨손으로 헤집는 대가로 매달 손에 쥐는 돈은 350만루피아(29만5000원) 정도. 자와티무르주의 최저임금은 월 217만루피아(18만2000원) 정도이니 작지 않은 액수입니다. 이 마을은 원래 농사를 짓던 마을이지만 쓰레기 분류가 농사보다 돈이 되자 너도나도 쓰레기 분류를 하기 시작했다고 해요. 수십 가구가 수십 트럭 쓰레기를 받으니 마을 전체가 쓰레기장이 되는 건 당연하겠지요.

문제는 마을로 보내진 쓰레기 중 종이 비율은 30%밖에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나머지는 거의 플라스틱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남은 플라스틱 조각들을 집 마당이나 마을 공용 가마에서 태우고 있었어요. 아이들은 연기 바로 옆에서 연을 날리거나 자전거를 탔습니다. 마스크를 낀 이도 없었습니다. 플라스틱을 소각하면 다이옥신, 수은, 폴리염화바이페닐(PCBs) 등이 대기 중에 퍼집니다. 이는 호흡기 질환, 암, 생식 능력 저하, 면역력 저하 등을 유발하는 유해물질입니다.

폐플라스틱은 수출이 금지되어 있는데 어찌 된 걸까요? 2021년 1월 개정된 바젤 협약은 오염된 플라스틱 쓰레기를 ‘특별한 고려가 필요한 폐기물’에 포함해 국가 간 이동을 제한했습니다. 단일한 재질의 깨끗한 플라스틱만 신고 후 수출이 가능해졌고, 오염된 폐플라스틱은 사전에 수입국의 허가를 받아야만 해요. 한국을 포함한 187개국이 이 같은 내용의 협약 개정안에 서명했어요. 하지만 감핑안 마을에서도 확인됐듯 여전히 엄청난 양의 폐플라스틱이 개도국으로 흘러들고 있었는데요.

폐플라스틱은 종이, 고무, 옷, 전자제품 등 다른 쓰레기로 둔갑해 국경을 넘고 있었습니다. 국제환경단체 IPEN의 <플라스틱 쓰레기 무역: 가려진 숫자들> 보고서를 보면,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이 종이 쓰레기(관세코드 HS 4707), 옷 쓰레기(HS 6309), 전자제품 쓰레기(HS 8549)에 뒤섞인 채 개발도상국에 수출되고 있다고 해요. 대표적인 쓰레기 수입국인 인도네시아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절반은 가정에서 태워지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9%는 매립되고, 9%는 강이나 바다로 누출되며, 5%는 곳곳에 불법으로 버려지고 있어요.

인도네시아 그레식 지역 위링기나넘 선별장 구석에서 쓰레기를 태운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오경민 기자

인도네시아 그레식 지역 위링기나넘 선별장 구석에서 쓰레기를 태운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오경민 기자

국제 환경단체들은 개발도상국에 쓰레기를 투기하는 선진국의 ‘쓰레기 식민주의’를 멈추고 플라스틱을 생산부터 규제하는 국제적 약속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저감장치 없이 태워지거나 땅이나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는 현지 주민 건강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고, 생물 다양성을 훼손하며, 해양을 오염시키고 있거든요.

경향신문은 지난해 창간 78주년을 맞아 ‘쓰레기 오비추어리’ 기획 기사를 연재한 적이 있어요. 이 기사는 저렴한 가격에 쉽게 사고 쉽게 버린 ‘패스트패션’으로 인한 의류 폐기물 문제를 짚었는데요. 의류가 100% 재활용될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예상과 달리 상당량이 소각되거나 매립되고 있었습니다. 의류는 대표적인 플라스틱 쓰레기죠.

손제민 경향신문 사회에디터는 “대량소비에 무감각해진 소비자도 책임을 느껴야 하지만 더 많은 책임을 기업에 물어야 하고, 이를 규제할 정부 책임도 커졌다”고 지적합니다. 우리 모두 정답을 알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정부가 기업들이 과도한 플라스틱 생산을 줄일 수 있도록 규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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