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이재명 정부 1기 내각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시작된 14일 일부 상임위에서 정회와 개의가 반복되는 파행이 빚어졌다. 정동영 통일부, 강선우 여성가족부,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등 4명을 대상으로 열린 청문회에서 공직자격 검증이라는 취지를 망각한 채 여당은 ‘전원 사수’, 야당은 ‘무자격 오적 낙마’를 내세우며 대립하는 구태가 반복됐다. 이런 상황에서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청문회 후 국민 눈높이를 살펴 후보자 임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주목된다. 대통령실은 이 입장이 ‘구두선’에 그치지 않도록 ‘국민 눈높이 기준’을 실천하길 바란다.
여성가족위원회 청문회에서 보좌진 갑질 의혹으로 야당의 낙마 공세가 거셌던 강선우 후보자는 “논란 속에 상처받았을 보좌진에게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쓰레기 분리수거 지시 등 갑질 자체는 부인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에서는 여야가 인사검증과 무관한 충돌로 파행을 빚으며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최민희 과방위원장 비난 문구를 노트북에 붙이고 인사청문에 나선 것은 온당치 못한 정치 공세였다.
여당의 대응도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동안 장관 후보자들은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청문회에서 모두 소명하겠다”고 했지만, 여당의 증인·참고인 채택 반대로 마땅히 이뤄져야 할 증언 검증이 생략됐다. 후보자들에 제기된 의혹들을 명쾌하게 해소할 기회를 차단한 셈이다. 증인·참고인 청문 과정이 생략된 가운데 강 후보자가 갑질 의혹을 부인해본들 국민 눈높이에서 충분히 해명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가운데 우상호 정무수석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검증 과정에서 몰랐던 일이 생길 수 있다”며 “청문회 이후 국민 여론을 종합 검토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국민 눈높이에 안 맞는 일이 있었구나’ 하는 분들도 있다”고도 했다. 인사도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완벽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실수를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잘못이 있으면 바로잡을 줄 아는 용기다. 그게 국정을 책임진 세력의 바람직한 태도다. 한번 잘못 끼운 단추를 억지로 채웠다가 후일 말썽을 빚는 사례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여야도 ‘국민 눈높이’를 인사청문 기준으로 삼길 바란다. 여당이 새 정부의 국정동력 훼손을 걱정한다면 ‘낙마’가 아니라 부적절한 인사의 임명이 초래할 장기적 국정 신뢰 훼손을 막는 쪽을 선택해야 한다. 이번 인사청문회가 공직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는 대신 ‘내로남불’식 정치 공방으로 전락해온 관행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길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