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틀리고 싶을 때 SF를 본다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틀리고 싶을 때 SF를 본다

입력 2025.07.14 21:05

수정 2025.07.15 10:30

펼치기/접기

당신이 틀렸다. 이런 말은 언제나 불편하다. 감정적으로 불쾌한 것과는 조금 다르다. 인간으로서 우리는 자신이 틀렸을 가능성을 선호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내 생각이나 판단이 틀렸는지 어떤지, 틀렸다면 어떤 오류가 있는지 검토하는 과정은 인지적으로 부담스럽다. 다시 말해, 불편하고 성가신 일이다. 그리고 인간의 뇌는 인지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발달했다. 대충대충, 빨리빨리, 하던 대로. 우리 머리는 그렇게 일을 처리한다. 문제가 생기면 그때야 당황해서 뒤늦게 수습에 나서곤 한다.

착시 효과가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에임스 룸’은 안에 들어간 사람의 크기가 고무줄처럼 변하는 공간이다. 방에 들어가서 오른쪽으로 걸으면 그 사람은 거인처럼 커진다. 반대쪽으로 가면 점점 줄어들어 난쟁이 또는 요정이 된다. 밖에서는 정말로 그렇게 보인다. 하지만 사람 크기가 정말로 한순간에 변할 리는 없다. 비밀은 바닥이다. 에임스 룸은 네모반듯한 공간이 아니라 경사진 바닥 위에 사다리꼴로 세워진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방을 보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평범한 사각형 구조의 공간이리라고 간주한다. 그쪽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비밀이 밝혀지더라도 착시는 여전히 유지된다. ‘제대로’ 보려면 의식적으로 애써 오류를 보완해야 한다. 인지적 습관에서 벗어나기는 그토록 어렵다. 우리 머릿속 게으름은 강력하다. 관성적으로 정보를 흘려보내는 바람에 우리는 보고도 못 보거나, 없는 것을 보곤 한다(맹점의 원리를 생각해보자).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했더라도 착시 현상처럼 이상하고 낯선 광경 앞에서는 문제가 명백해진다. 이때의 당혹감과 놀라움이 착시의 매력이다. 착시는 ‘당신이 틀렸다’를 마주하는 상황을 기꺼이 감내할 만한 경험으로 탈바꿈해준다. 그리고 SF는 착시의 문학이다.

SF가 어렵다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듯하다. SF는 우리에게 익숙한 세상을 의도적으로 회피한다. 작중 일부 요소는 노골적으로 현실과 다르다. 그렇다고 작품 멱살을 잡고 이거 틀렸다, 이상하다고 싸울 수는 없다. 그야… SF는 원래 비현실에서 태어나니까. 외계인이 지구에 있다? 인간을 복제할 수 있다? 로봇이 사랑을 한다? 그럴 수 있지. 순순히 수긍하지 않으면 소설을 읽기가 불가능하다. 독자는 허리를 숙여 내가 몰랐다, 틀렸다고 꼼짝없이 인정해야 한다.

숙달되고 나면 이러한 비현실, 비상식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오히려 아쉬워진다. 인지적으로 부하가 걸리는 그 자극을 찾게 된달까. SF의 ‘인지적 소외’는 익숙한 현실을 낯설게 다듬어 독자가 새로운 관점을 취하게 만든다. 능숙하게 착시를 구현하는 SF 소설은 인물이나 사회가 마주하는 낯섦 외에도 종종 독자가 보아야만 하는 낯섦이 있다.

SF를 읽는 동안 나는 계속해서 틀린다. 아는 단어가 듣도 보도 못한 용례로 쓰이거나, 상전벽해한 지구가 나와도 따지지 않는다.(SF 속 비현실에 내적 일관성, 개연성이 있어야 하는 이유다. 어설프면 따지고 싶어진다.) 이상한 세상을 쫓아가기가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몰랐다, 틀렸다고 인정하기가 즐거워지는 경험은 귀하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여기선 틀리는 게 맞다.

심완선 SF평론가

심완선 SF평론가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