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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백두산 연구, 지금이 적기

입력 2025.07.14 21:07

수정 2025.07.14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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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이 갑자기 캄캄해졌는데 연기와 불꽃 같은 것이 일어나는 듯하였고, 비릿한 냄새가 방에 꽉 찬 것 같기도 했다. 큰 화로에 들어앉은 듯 몹시 무덥고, 흩날리는 재는 마치 눈과 같이 사방에 떨어졌는데 그 높이가 한 치(약 3㎝)가량 됐다.”

1702년 6월3일(숙종 28년) 함경도에서 발생한 자연 현상을 적은 조선왕조실록 기록이다. 당시 조선인들을 놀라게 한 이 일은 백두산 분화였다. 기온이 오르고 화산재가 지상으로 다량 낙하한 것이다.

그런데 이 분화 규모는 앞서 946년 일어난 백두산의 첫 분화에 비하면 ‘약과’였다. 946년 분화는 화산재 분량 등으로 측정하는 화산폭발지수(VEI)에서 7등급으로 분류된다. 지난 2000년간 지구상에서 일어난 모든 화산 폭발 가운데 ‘톱3’ 안에 든다. 과학자들은 당시 동북아시아에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가 났을 것으로 본다.

백두산에서는 약 100년에 한 번씩 크고 작은 분화가 일어난다. 마지막 분화는 1925년이었다. 이제는 언제 백두산에서 화산재가 피어올라도 이상하지 않을 시점이 됐다는 얘기다.

만약 백두산에서 946년 같은 대규모 분화가 재현한다면 어떻게 될까. 재앙이다. 북한에서는 화산재로 인한 호흡기 환자가 속출하고, 식수원이 오염된다. 화산재를 뒤집어쓴 농작물은 광합성 부족으로 죽고, 땅은 산성화돼 농토 질이 떨어진다. 식량 생산량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백두산 분화 시점에 북풍이 불면 재앙의 상당 부분은 남한에서도 나타난다. 특히 항공 교통이 활발한 남한에서는 화산재가 비행기 엔진에 빨려들어가 추락을 유발할 가능성 때문에 일정 기간 하늘길이 완전히 막힐 공산까지 있다. 이러면 수출입과 여객 수송 시스템 마비가 불가피하다. 백두산 연구는 남북 모두에 절실한 일이라는 뜻이다.

앞서 북한은 2007년과 2011년, 2015년 남한에 백두산 공동 조사를 제안했다. 2018년에는 남한이 제안했다. 하지만 남북 긴장 관계가 걸림돌이 돼 모두 무산됐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힘에 의한 평화’를 주장하며 백두산 연구 등 남북 교류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새 정부는 남북 과학자들이 백두산 연구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마침 지난달 정부는 휴전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고, 북한은 이에 화답해 대남 확성기 방송을 껐다. 백두산 공동 조사 얘기를 꺼낼 좋은 분위기가 만들어진 셈이다.

향후 최대한 많은 남북 과학자들이 백두산 현장을 수시 방문해 감지기를 곳곳에 설치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백두산에서 이상 징후가 생기면 남북 주민에게 경보를 내릴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대북 제재 중인 유엔 등을 설득해 화산 연구를 위한 장비의 북한 반입을 가능하게 하는 정부의 역할도 요구된다.

백두산 연구는 비군사적이면서, 인도적이다. 백두산이라는 한민족의 상징적 공간을 남북 과학자들이 함께 들여다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백두산 분화에 대비하려는 남북의 현실적 요구가 향후 또 다른 분야로 협력을 확대하는 토대가 될 수도 있다. 백두산 공동 연구, 더 미룰 이유가 없다.

이정호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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