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의 풍경. 오동욱 기자
정부는 지난달 19일 입법예고한 국가기간전력망법 시행령에서 ‘공청회 생략’ 조항을 넣는 등 전력망 확충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절차 간소화가 더 중요한 취지로 읽힌다”며 “밀어붙이기보다 주민 참여가 오히려 더 빠른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15일 임재민 에너지포럼 사무처장은 “한국은 큰 계획을 짤 때부터 마을에 송배전망이 들어서기까지 과정이 불투명하다”며 “주민들은 대응 여지가 소거된 채 마지막 단계에서 ‘수용성’이라는 이름만 맞닥뜨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민 참여를 배제하거나 생략하면 갈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주민들이 송전망 계획 단계부터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영환 홍익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도 “(전력망 확충) 문제는 지금껏 주민들이 ‘우리 의견은 듣지도 않고 모든 것을 결정하고 그냥 진행하려니 반대한다’는 것이었다”며 “(시행령은) 송전선 건설에서 가장 시간이 걸리는 주민 동의를 빼려는 것인데 다른 나라는 몰라서 어렵게 가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주민 참여도를 오히려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 사무처장은 “에너지 선진국은 종합계획 단계, 시나리오 수립 단계에서부터 사회적 소통을 지속하는데, 이는 실행 단계에도 정당성을 부여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독일은 전력망 보강의 앞 단계인 시나리오 제시 단계부터 이해관계자와 대중의 의견을 받으며 소통한다.
입지 선정 단계에선 주민 대표성을 실질화해야 한다고 봤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이장과 지역 의원들은 송전탑 문제를 공론화하면 지역 내 입장이 흔들려 (송전 계획을) 자기만 아는 경우가 많다”며 “사업자인 한국전력공사가 주민들에게 요청해 직접 대표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 계획을 ‘큰 틀’부터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재생에너지 발전시설 확충이든 산업시설 유치든 광역 단위에서 ‘공동 성장을 하고 있다’는 합의를 토대로 정책 얼개가 짜여야 한다”며 “단순 보상안으로는 주민 누구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은 전남, 소비는 수도권에서 할 때 경과지로 남는 전북 지역의 상실감을 광역 단위 합의로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