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장관 재직 시절 채 상병 사건 조사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지난해 3월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아른바 ‘VIP 격노설’ 의혹이 불거진 대통령 주재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잇따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화내는 것을 목격했다’는 진술을 내놓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측이 16일 입장을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이 화를 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행정부 내부의 의견교환 내지 의사소통 과정을 격노로 폄훼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은 2023년 7월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다. 윤 전 대통령의 지시로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조사 결재를 번복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윤 전 대통령이 같은 해 7월31일 오전 11시 대통령 주재 외교안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며 ‘격노’했고, 이후 이 전 장관이 경찰 이첩을 보류시키고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바꾸게 했다는 게 VIP 격노설 의혹의 골자다
이 전 장관 측 변호인은 이날 낸 입장문에서 “정확한 진실은 알 수 없으나 현재 특검의 수사상황에 비춰, 당일 회의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대통령이 해병대 수사단 의견에 역정을 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채상병 특검팀은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과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등 해당 회의 참석자들을 소환 조사해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이 전 장관 측은 “(수사 결과에 대한 역정은) 국군통수권자로서 그리고 업무상과실치사의 법리에 상대적으로 밝은 검사 출신 대통령으로서는 당연한 지적”이라며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는데 그것을 격노라는 프레임으로 폄훼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의 격노가 단순한 의견 개진이었을 뿐, 위법한 지시 혹은 명령으로 분류될 수 없다는 취지다.
이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전화를 받았을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 전 장관 측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하여 관련(채 상병 초동조사결과) 지적과 함께 우려를 표명하실 수도 있다”며 “그렇게 했다면, 그 또한 대통령으로서 지극히 정당한 행동”이라고 했다.
앞서 이 전 장관은 지난해 6월 열린 국회 청문회에서 2023년 7월31일 대통령실로부터 걸려 온 전화와 관련해 “누구와 통화했는지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해 8월2일에 윤 전 대통령과 한 통화에 대해서도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항명사건) 수사 지시 및 보직해임 지시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관련 기사 : 모르쇠 일관한 채상병 특검법 청문회…윤 대통령 통화 내역·격노 논란에 ‘함구’)
이 전 장관 측은 “(VIP 격노 관련) 잘못된 의혹 제기에 소극적으로 그 관련 내용을 밝힐 수 밖에 없었고, 그 입장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대통령의 말은 실질적인 대통령 기록물로 그 내용을 공개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대통령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