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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16일 서울법원종합청사 404호 법정, 피고인석에 앉은 김정숙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A4 용지에 적어 온 발언문을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대법원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한 10·26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사건에 대한 재심 개시 결정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사형 집행 45년 만에 김 전 부장에 대한 재심이 열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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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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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규 동생인 게 평생 자랑···사법부, 치욕 바로잡길” 45년 만에 열린 재심 법정

입력 2025.07.16 17:05

수정 2025.07.16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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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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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사건 재판 후 16일 만에 선고, 졸속”

“민간인에 군법회의 부당…내란 목적 없어”

변호인단, 12·3 언급하며 “심사숙고해야”

‘10·26 사건’으로 사형당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형사재판 재심 첫 공판기일이 열린 16일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 앞에서 김 전 부장의 여동생 김정숙씨(앞줄 가운데)와 변호인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12·3 비상계엄의 여파인 경찰 저지선도 함께 사진에 나와야 한다”며 경찰 저지선 뒤에 자리를 잡고 섰다. 김정화 기자

‘10·26 사건’으로 사형당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형사재판 재심 첫 공판기일이 열린 16일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 앞에서 김 전 부장의 여동생 김정숙씨(앞줄 가운데)와 변호인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12·3 비상계엄의 여파인 경찰 저지선도 함께 사진에 나와야 한다”며 경찰 저지선 뒤에 자리를 잡고 섰다. 김정화 기자

“평생토록 김재규의 동생인 것이 자랑스러웠습니다. 지난 45년간 10·26 사건은 민주주의를 위한 혁명이었다고 믿고 살아왔습니다. 이번 재심이, 긴 세월 가슴에 품은 신념이 옳았다는 걸 증명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16일 서울법원종합청사 404호 법정, 피고인석에 앉은 김정숙씨(86)가 떨리는 목소리로 A4 용지에 적어 온 발언문을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김씨가 중간중간 숨을 고르고, 재판부를 바라보기도 하며 한 문장 읽을 때마다 약 30석 규모의 법정을 가득 메운 방청객들도 함께 숨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는 1979년 10·26 사태로 사형당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형사재판 재심의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김 전 부장의 셋째 여동생이자 재심 청구인인 김씨는 이날 본격적인 공판 진행에 앞서 참고인 진술 발언 기회를 받았다.

그는 “1980년 당시의 이 사건 재판은 대한민국 사법부로서도 치욕의 역사일 것이다. 불의한 통치 권력 앞에서 당시 사법부는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조차 유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재심은 사법부 최악의 역사를 스스로 바로잡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이 법정에 남길 기록은 모두 역사적 사료가 될 것이고, 우리 후손은 이 재판으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공부할 것”이라며 “한국인이라면 ‘사육신’과 ‘충성’을 함께 생각하듯, 먼 훗날 후손들이 ‘민주주의’와 ‘김재규’를 함께 떠올리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1979년 10월26일 밤 박정희 당시 대통령에게 총을 쏴 살해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그해 12월20일 육군본부 계엄 보통군법회의(재판장 김영선 중장)에서 선고를 받기 위해 포승에 묶인 채 걸어오며 웃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1979년 10월26일 밤 박정희 당시 대통령에게 총을 쏴 살해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그해 12월20일 육군본부 계엄 보통군법회의(재판장 김영선 중장)에서 선고를 받기 위해 포승에 묶인 채 걸어오며 웃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김 전 부장은 1979년 10월26일 박정희 전 대통령과 차지철 전 청와대 경호실장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6개월 만에 사형됐다. 이에 김정숙씨 등 유족들은 당시 김 전 부장에 대한 체포와 기소, 선고, 사형 집행 모두 졸속으로 이뤄졌다면서 2020년 5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서울고법은 심리 끝에 지난 2월19일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검찰이 불복해 항고와 재항고를 거듭 제기했지만 대법원이 기각하면서 이날 공판이 열리게 됐다. 1980년 김 전 부장이 사망한 지 45년 만이다.

이날 변호인단은 당시 김 전 부장의 체포부터 수사 등 모든 절차가 부당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조영선 변호사는 “피고인은 사건 다음날인 (1979년) 10월27일 바로 체포됐고, 11월26일 기소됐다. 12월4일 첫 공판 이후 거의 매일 공판이 열렸고, 겨우 16일 만인 12월20일 1심에서 사형 선고가 내려졌다”며 “매우 졸속으로 신속하게 이뤄졌다”고 했다. 김 전 부장에 대한 사형은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한 뒤 나흘 만인 1980년 5월24일 집행됐다.

이들은 항소 이유를 크게 네가지로 설명했다. 10·27 비상계엄이 위헌·위법해 여기에 따른 수사와 재판 절차가 위헌했고, 10·26 사건은 비상계엄 발령 전에 벌어졌고 김 전 부장이 민간인이었으므로 군 수사기관의 수사와 군법재판을 받을 필요가 없었고, 국헌 문란 등 내란 목적이 없었고, 유죄의 증거가 없다는 것 등이다. 조 변호사는 “피고인은 일관되게 ‘야수의 심정으로 유신의 심장을 쐈다’고 했다”며 “박정희 개인에 대한 살해일 수는 있지만, 이를 통해 민주주의를 회복하고자 한 것이 목적이다. 당시 피고인에게 적용된 내란 목적 살인과 내란 수괴 미수 혐의는 무죄라고 판단해달라”고 했다.

‘10·26 사건’으로 사형당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형사재판 재심 첫 공판기일이 열린 16일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 앞에서 김 전 부장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들이 사건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영선·이상희·이영기 변호사. 김정화 기자

‘10·26 사건’으로 사형당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형사재판 재심 첫 공판기일이 열린 16일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 앞에서 김 전 부장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들이 사건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영선·이상희·이영기 변호사. 김정화 기자

변호인단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선포한 12·3 불법계엄까지 언급하며 “윤석열이 45년 전 김재규를 불러온 것 같다”고 했다. 조 변호사는 “1979년 사법부가 당시 비상계엄에 대해 ‘선포 요건이 아니다’라고 했다면, 지난해 그런 역사가 반복되었겠느냐”며 “사법부가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측은 “지금 단계에서 (피고인 측의)항소에 대해 명확하게 답하긴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피고인 측이 제기한 항소 이유와 관련해 당시 (군검찰의) 주장에 대해 입증할 계획”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관심 사안인 분들도 많아서 신속하게 심리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검사 측도 거기에 맞춰달라”고 했다. 다음 기일은 오는 9월5일 오후 2시30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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