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이재명 정부의 우선순위가 아닌 것 같다. 교육을 대하는 이재명 대통령의 자세는 둘 중 하나다. 관심이 없거나, 관심은 있지만 일부러 거리를 두는 것이다. 어찌 됐든 국민의 눈엔 당장 ‘교육 홀대’로 비친다.
이 대통령이 교육을 중시한다면 이진숙(전 충남대 총장) 같은 사람을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 부처 장관들을 먼저 정한 뒤 지역·성별 안배 차원에서 교육 수장을 찾다 보니 선택의 폭 자체가 좁아진 거 아닌가. 논문 표절과 제자 갑질, 위법적인 자녀 조기 유학 등 이진숙 후보자의 흠결은 매우 심각하다. 진보와 보수 교육단체가 한목소리로 반대하는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처음 봤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전국을 누비며 각계각층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그러나 지금껏 일선 학교 현장엔 발길 한번 들이지 않았고, 특히 초중등 교육 현안에는 메시지 한번 내놓지 않았다. 3대 특검과 추가경정예산, 증시 부양, 부동산 안정 등과 관련한 업무를 일사천리로 처리한 것과 대비된다. 돌이켜 보면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도 교육과 관련해선 말을 아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제외하면 눈에 띄는 공약도 없다.
통상 새 정부가 출범하면 대학 입시 등 교육 제도부터 손을 보는 경우가 많다. 위정자는 막대한 재원이 드는 복지 분야와 달리 교육은 정책 설계만 잘하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국민의 환심을 살 수 있다고 착각한다. 사교육과 전쟁도 선포한다. 윤석열 정부도 만 5세 조기 취학과 수능 킬러문항 폐지 등을 들고나왔다. 대학의 자율성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국립대 사무국장에 앉아 있던 교육부 관료들을 하루아침에 내쫓기도 했다.
결과는 늘 희망고문으로 끝났다. 역대 정부가 펼친 교육 정책의 허망함은 국민이 누구보다 잘 안다. 입시는 ‘제로섬 게임’이어서 승자와 패자가 갈린다. 새 제도를 도입하거나 기존 제도의 단점을 보완하면 그에 상응하는 반작용과 부작용이 나온다. 교육은 사람을 바꾸는 일이라 성과가 단기간에 나올 수 없다. 추경으로 소비쿠폰 등 정부 지출을 12조원 늘리면 국내총생산(GDP)이 0.1%포인트 올라가지만, 교육 투자 효과는 그렇게 숫자로 표현되지도 않는다.
교육 개혁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렇지만 비전과 방향은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아직까지 이재명 정부에선 그 큰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교육이야말로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민생’ 아닌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사교육, 대학 서열화로 인한 살인적인 경쟁 교육,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대, 의대 쏠림과 이공계 위기 등 모든 교육 현안이 개개인의 삶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급기야 공교육의 핵심인 학교까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얼마 전 부산의 한 고교에서는 학생 3명이 ‘학업 스트레스와 진로 부담이 너무 크다’는 글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학생 자살이 이렇게 많은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 학교를 그만두는 학생도 급증하고 있다. 과거엔 가난하거나 품행이 불량한 문제아의 중도 탈락이 많았지만, 지금은 멀쩡한 집안의 멀쩡한 아이들이 대입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하나로 교실을 박차고 나간다.
교사들의 잇따른 비극적 사망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2023년 서울 서이초 교사 사건은 교사들이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일부 몰지각한 학부모들의 ‘내 새끼 지상주의’에 교사들이 집단 우울증에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젊은 교사들이 학교를 등지면서 중도 퇴직 교사는 2020년 6512명에서 지난해 9194명으로 늘었다.
교사들의 이탈은 사회 전체가 주목해야 할 강력한 위기 신호다. 학부모는 변호사를 고용해 교사를 탄핵하는 민원서류를 작성하고, 교사는 정신과 치료를 받아가며 학부모 민원에 법적 절차로 대응하는 게 요즘 학교의 일상이다. 이런 곳에서 우리의 미래 세대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뭘 배울까.
이 모두가 이 대통령 탓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이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 교육 문제는 교육계 노력만으론 해결할 수 없다. 학교 공동체 복원과 입시 경쟁 완화, 학벌 철폐 등에 쾌도난마식 해법은 없다. 정치·경제·복지·노동 등 사회의 모든 분야와 밀접히 연결돼 있다. 이 대통령이 교육에 더 관심을 갖고, 그 관심을 적절한 방식으로 표현했으면 한다. 그 첫걸음은 국민 눈높이에 맞고 실력과 도덕성을 갖춘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다시 지명하는 일이다.
오창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