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작한 말들
오찬호 지음
어크로스 | 288쪽 | 1만8000원
‘말’은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도,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도 그래서 등장했을 테다. 동시에 말은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기도 하다. 사용되는 맥락이 공유되며 가치와 의미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최근 들어 수많은 말이 고유의 맥락이 삭제된 채 ‘납작하게’ 쓰이며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를 내고 있다.
<납작한 말들>은 사회학자인 오찬호의 열일곱 번째 책이다. 사회구조를 지적하는 글을 꾸준히 써온 저자는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납작한 언어가 아닌 타인을 상상할 수 있는 입체적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성공과 실패로 나누는 간편한 말은 지양하고 느리고 불편한 고민들을 이어가자는 제안이다.
예컨대 자유, 공정, 연대, 국민저항권 등의 단어들은 권력에 저항하는 힘없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등장했다. 강력한 권위에 도전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쓰였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이 단어들이 차별과 폭력을 공고히 하는 말에 쓰이기 일쑤다.
장애인의 대중교통 탑승권 보장을 비장애인의 ‘인권침해’라고 말한다. 동성애자들을 ‘혐오할 자유’를 달라고 말한다. 최저임금보다 적게 받으며 일할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했다. 능력주의의 탈을 쓴 ‘공정’은 무언가 이루지 못한 사람들에게 ‘당신이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조롱으로 수렴된다. 저자는 납작해진 말이 ‘부유한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단순히 ‘떠다닌다’라는 뜻이 아닌 ‘우리 사회를 좀먹고 있다’고 읽힌다.
내 편 아니면 반대편이라는 흑백논리와 ‘누칼협’ ‘참교육’ ‘사이다’ 같은 게으른 언어는 사회를 조금 더 낫게 만들고자 하는 말들을 폭력적으로 가로막는다. 누군가는 왜 불편하게 단어 하나에 그렇게 화를 내느냐고, 좋은 게 좋은 것 아니냐고 물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불편하게 지적해야만 한다고 저자는 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