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를 꿰뚫는 질문 25
조영헌 외 6명 지음
아르테 | 536쪽 | 3만6000원
만리장성은 진시황 때 세워진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 남아 있는 대부분 구간은 1700년 세월이 지나 명나라 후기에 건립된 성벽이다. 몽골 세력의 위협에 시달리던 명나라는 황제가 생포되는 ‘토목보의 변’(1449년)에 이어 북경이 포위당하는 ‘경술지변’(1550년)을 거치며 장성 건설이라는 방어 전략에 집중하게 된다. 정작 동북 쪽의 만주족 침입에선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나라가 망했다는 데 역사의 아이러니가 있다.
<중국사를 꿰뚫는 질문 25>는 소장 학자 7명이 25가지 질문으로 중국사를 들여다보는 책이다. 단순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닌 ‘관점’을 제시한다.
‘명은 왜 대대적으로 만리장성을 재건해야 했을까’라는 질문을 “명대 만리장성 건설은 몽골 세력을 경계하고 쫓아내야만 한다는 경직된 정책 결정으로 인한 결과였다. … 우리에게 남은 선택지는 주변과 교류하고 연대하며 ‘우리’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라는 통찰로 잇는 식이다.
책에선 중국사 전체를 꿰뚫는 특성으로 ‘열림’과 ‘닫힘’을 제시한다. 실크로드를 통한 서역과의 교류는 안사의 난으로 이민족 배척을 불러왔고, 해상 교역을 활발히 하다 왜구와 몽골의 침략으로 해금 정책과 만리장성 축성을 내세우는 등 한쪽이 다른 한쪽을 압도하지 않고 나름의 균형을 맞추어 가며 ‘제국의 문화’를 만들어갔다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중국이 통일된 시점에서는 ‘닫힘’이 강화되고, 분열된 시기에는 ‘열림’이 강해지는 패턴이 반복된다.
‘조선과 베트남은 청의 속국이었나?’라는 질문도 인상적이다. ‘속국’(조공국) 개념을 현대적 관점에서 ‘지배-복속’ 관계로 해석하면 역사를 왜곡하는 것일 뿐 아니라, 동아시아의 평화로운 국제질서 구축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왜 일당 지배 국가가 되었나’ 같은 질문은 오늘날 중국 행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대중 역사서지만 전문 연구자들답게 깊이 있는 통찰을 전한다. ‘혐중’과 ‘친중’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 중국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제공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