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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 뿌리

입력 2025.07.17 20:55

  • 이훤 작가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공중 뿌리’  ⓒ이훤

‘공중 뿌리’ ⓒ이훤

“가족이라는 바깥” “팝업 행사와 닮았다” “취약한” “다시 지어지는” “공간이나 사물은 한동안 집이 된다” “무엇이 미래를 담보할 수 있나”.

집을 떠올리자 산발적인 표현이 쏟아진다. 어떤 단어는 이어지고 몇 문장은 멀어서 다른 세계에 대한 이야기 같다. 집이 내 안에 그렇게 남았구나. 여기저기 동시에. 찢어진 채로. 여러 번 허물어지고 다시 구축되며, 뼈와 살이 서로를 뒤덮은 채로.

우리가 머무는 어떤 물성은 얼마간 집이 된다. 언어는 잠정적인 소파이고, 몸은 우리의 또 다른 거실이다.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의자가 계속 새로 생겨난다. 우리는 부지런히 수납되고 폐기된다.

사흘만 존재하고 사라지는 거실을 만들었다. 전시 ‘공중 뿌리’는 2025년 7월11~13일 서울 성수동 베르탁에 존재했다.

베르탁은 한때 누군가의 집이었으나 이제는 생활을 상상하기 어려운 공간이다. 벽지가 갈라지고 콘크리트가 드러나 있다. 전시를 위해 여기 다시 한번 집을 지었다. 물이 흘렀을 수도관 아래, 작은 어항에서 생활하는 물고기 사진을 배치했다. 벽지가 일어나는 곳에 풀잎 사이로 자라는 손 사진을 붙였다.

10년간 작업한 5개 시리즈를 한데 모아두고 보니, 시리즈 단위로 분류해둔 이미지가 시간을 넘나들며 뿌리처럼 뒤엉켜 있다. 어디 속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머금었던 것들이 서로를 향하고 있다. 공기 식물처럼. 공중에서 자라며 무게중심을 다시 잡기 위해 또 다른 뿌릴 내디디고 그러다 맞물리는 손가락처럼.

관객들이 사진을 만지길 바랐다. 액자를 입히지 않고 대형 프린트를 바닥에 붙였다. 이미지를 몸으로 누비길 바랐기 때문이다. 어린이 관객은 정말로 이미지 위를 뛰어다니고 그 앞에 누웠다가 사진을 매만졌다. 성인 남성의 몸으로 10년간 찍은 사진이 바닥에 엎드린 아이의 눈높이로, 내 안에서도 다시 각인됐다. 폭죽은 아래에서 위로 쏟아지는 뿌리가 됐다.

성인 관람객은 더 조심스러웠지만 몸을 낮추거나 까치발을 들며 오래 살폈다. 두어 시간씩 전시장에 머무는 이들이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 있으면, 아랫배로 기차가 지나가는 것 같았다. 덕분에 집이 내 안에서 이동하고 있었다. 들어선 눈과 손에 그 집은 실려갔다.

‘사라지는 거실’ 때문에 나는 영속적인 집을 몇 채 갖게 되었다. 뿌리처럼 뒤엉킬 풍경들을. 빗물처럼 연결되고 또 끊어지는 언어와 기억의 몸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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