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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 인사도 공정하고 상식에 맞아야 한다

입력 2025.07.17 20:59

수정 2025.07.17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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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직업을 선택한 이후, 가장 자괴감이 든다. 부끄럽기도 하다. 후배들에게 그토록 강조했던 신념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민주당보좌진협의회 회장을 지낸 한 여당 인사가 최근 SNS에 올린 글이다. 보좌진에 대한 갑질 등이 드러난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침묵해야 하는 처지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민보협 역대 회장단은 결국 강 후보자의 사과와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인 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보좌진에게 변기 수리, 쓰레기 분리수거 등을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실을 부인하다가 SNS 메시지가 공개되자 뒤늦게 사과하며 거짓 해명 비판까지 더해졌다. ‘사회적 약자 권익 보장’을 위한 적임자라는 대통령실의 지명 이유는 명분을 잃었다.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자녀 불법 조기유학이 확인됐다. 이 후보자는 두 딸을 미국 버지니아주의 기숙형 사립학교에 유학시키며 매년 1억원 상당의 학비를 지출했다. 이 과정에서 초등학생과 중학생 유학을 제한적으로 허용한 초중등교육법의 하위 법령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두 딸 모두 미국 명문 사립대에 진학했다. 이 후보자는 제자의 석·박사 논문과 유사한 논문을 학술지에 발표하며 본인을 제1저자로 올린 게 드러나 논문 가로채기 논란까지 커졌다. “너무 죄송하다”며 사과하고 넘어갈 수준이 아니다. 경제적 격차가 교육 격차로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던 이 후보자의 주장은 남의 이야기였다. 공교육을 책임질 교육부 수장을 맡을 자격이 없다.

이재명 정부는 초대 내각 인선 과정에서 실용주의를 강조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추천하는 인사들이니 일을 잘할 사람인지 봐달라고 강조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도 인사 검증의 기준은 실용, 능력, 성과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용이 국민적 눈높이를 외면하는 내 맘대로 인사의 명분이 될 수는 없다. 고위 공직자 인사에서 공정과 상식은 빼놓을 수 없는 원칙이다. 상식을 못 맞추는 인물이 부처 수장을 맡아 유용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그런 인물을 능력만을 이유로 중용한다면 여론은 등을 돌리기 시작할 것이다. 인사는 잘하면 만사, 잘못하면 망사가 될 수도 있다.

대통령실과 정부, 국회에 이 대통령 관련 변호인들을 대거 중용한 것도 실용 인사의 이면을 보여준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이 대통령이 자신의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변호를 맡았던 조원철 변호사를 법제처장에 임명한 데 대해 “자질과 능력을 우선시해 등용했다면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과거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자신의 감찰 징계 재판 대리인을 맡았던 이완규 변호사를 법제처장에 임명했을 때 민주당이 “사적 임용”이라고 비판했던 걸 고려하면 내로남불이다. 이 대통령은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대통령실 민정비서관, 공직기강비서관, 국정기획위원회 등에 본인 관련 사건 변호사 8명을 임명했다. 지난해 총선에서도 이 대통령의 대장동 사건, 대북송금 사건 등을 변호했던 4명이 당선 안정 지역에 공천을 받고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이 정도면 방탄·보은 인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내각 인사의 특징 중 하나는 현직 의원 장관이 역대 최대라는 점이다. 총리를 포함한 전체 국무위원 20명 중 9명이 의원이다. 이 대통령과 빠르게 호흡을 맞추고 일할 사람을 찾다 보니 현역 의원이 많아졌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의원의 장관 겸직은 헌법이 허용하는 내각제적 요소로 잘못이라고 할 수 없다. 다만 대통령제에서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는 필수적 요소인데 이 기능이 무력화되는 게 아닌지 우려되는 건 사실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 대통령의 대표 시절부터 민주당의 이재명 사당화 비판은 이어졌다. 여당이 대통령에게 끌려다니기만 할 때 얼마나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를 우리는 지난 정권에서 분명히 확인했다.

이재명 정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없이 대선 후 곧바로 출범했고, 이 대통령은 취임 38일 만에 조각을 마무리했다. 내란 사태 극복은 시급했고, 충분한 인사 검증을 위한 시간은 부족했다. 하지만 잘못된 인사는 바로잡고 가야 한다. 장관 몇명 낙마보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를 고집하는 게 더 큰 후과를 낳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이재명 정부의 고위 공직자 인사 시스템도 마련하는 게 맞다. 문재인 정부의 7대 인사 배제 기준처럼 구체적인 검증 원칙을 세우고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박영환 정치국제에디터

박영환 정치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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