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위원회가 18일 전세사기 대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자 구제 방안을 내놓았다. 소액임차인 기준을 손질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피해주택 매입 절차를 단축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해 전세사기특별법이 제정됐지만 보완이 시급하다. 피해 인정 절차가 까다롭고, 피해자로 인정받아도 보증금을 한 푼도 건지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국정기획위는 소액 임차인이 다른 담보물권자보다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는 기준 시점을 ‘담보물권 취득 시점’에서 ‘임대차계약 시점’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공동 담보가 많은 다세대 주택은 LH가 매입해도 최우선 변제금이 없으면 피해금 회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이다. 소액 임차인 판단 기준 시점 변경만으로 2000명 정도 구제가 가능하다고 하니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국정기획위가 제안한 법원과의 경매·공매 속행 협의도 의미가 있다. 경매·공매 절차가 길어지면 피해자 구제도 그만큼 늦어지고,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지원 자금이 은행 등 채권자에게 새 나갈 가능성도 크다. 피해자 인정 절차도 투명하게 해야 한다. 피해자들이 필요할 땐 언제든지 상담할 수 있도록 담당 인력도 배치하고 창구도 확충해야 한다. 수사 인력 부족으로 전세사기 혐의 입증이 지연되는 문제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전세사기는 민생 범죄이자 사회적 참사다. 지난 2~3년 서울·인천·부산·대구 등 전국적으로 수만 명이 전 재산을 날리고, 심지어 목숨까지 잃었다. 수사기관이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할 정도로 조직적으로 치밀하게 이뤄졌다. 주택·금융제도 허점을 파고들었고, 정부의 감독 부실 책임이 크다.
전세사기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일상의 삶이 파탄 나고 하루하루 지옥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집주인이 잠적하고 관리가 되지 않아 단전·누수·악취 등 열악한 주거 환경에 노출된 경우도 많다. 전세사기는 저소득층의 주거 복지도 약화했다. 전세를 회피하는 수요가 월세로 몰리면서 서울은 원룸 등 소형 오피스텔·빌라의 월세가 100만원을 훌쩍 뛰어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 청사진을 그리는 국정기획위가 이날 피해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신속 구제를 천명한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다. 정부와 국회는 국정기획위 방안이 ‘희망 고문’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전세사기특별법 개정 등 후속 작업에 속도를 내기 바란다.
박홍근 국정기획위 기획분과장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간담회 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