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명시 소하동 한 아파트에서 지난 18일 경찰과 소방 등 관계자들이 전날 1층 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1층 공간에 기둥을 설치한 뒤 건물을 올려쌓는 필로티 건축은 20세기 초 건축가 르코르뷔지에가 유행시켰다. 벽돌을 쌓아 주택을 지을 수밖에 없었던 100년 전엔 혁명에 가까운 발상이었다. 당시 유럽의 건물은 벽도 두껍고, 창문을 크게 낼 수 없어 채광이 열악한 치명적인 한계가 있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도입된 필로티 구조는 현대 건축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이 공법을 과감하게 받아들인 나라가 한국이다. 사생활 보호에 효과가 있는 데다 주차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로 2000년대 이후 다가구주택 등에 필로티 공법이 속속 도입됐다. 그러나 필로티 건물은 2015년 5명이 숨진 경기 의정부시 아파트 화재에 이어 2017년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에서 큰불이 나 29명이 숨지면서 안전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지난 17일 경기 광명시에서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파트 화재 역시 ‘아궁이 효과’를 낸 필로티 구조가 피해를 키웠다. 불이 나면 바람을 그대로 통과시켜 불길과 연기를 빠르게 건물 위로 밀어 올리기 때문이다. 주차된 차량이 연쇄 폭발하면서 불길이 커졌고, 출입구 접근이 어려워 주민들이 대피하지 못했다. 이 아파트는 10층 건물임에도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되지 않은 2014년에 지어져 피해를 키웠다. 2015년 이후 필로티 건물에 가연성 외장재는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제가 도입됐지만, 구축 건물에 대해선 손을 쓰기 어렵다. 정부가 필로티 건물 기준을 제대로 손봐 주민 불안을 덜어줘야 한다.
애초 필로티 건축물이 많아진 것은 주차 문제와 관련이 있다. 한국은 거의 모든 건물에 부설주차장을 만들어야 한다. 도심 과밀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필로티 건물만큼 제격인 게 없다. 건축가 전보림은 <익숙한 건축의 이유>란 책에서 이 부설주차장법의 어두운 그림자를 지적한다. 동네마다 건물을 필로티로 지어 1층을 죄다 주차장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이번 화재는 도시 곳곳에 ‘아궁이’가 산재해 있음을 깨닫게 한다. 그는 “도시는 설계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경영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필로티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의 문제라는 뜻으로 읽힌다. 기후위기 시대. ‘익숙한 건축’을 돌아보고, 건물 안전을 고민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